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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은 단순히 더위가 아니다. 특히 뙤약볕 아래 농작업에 나서는 고령 농업인에게 폭염은 ‘조용한 재난’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올여름 전국 온열질환자 중 약 17%가 농업 분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중 79%는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25년 여름철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 대책’을 본격 시행하며 현장 밀착형 대응체계에 돌입했다. 이번 대책은 행정안전부의 ‘자연재난종합대책’과 연계해, 농촌의 환경과 농업인의 건강 취약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으로 구성됐다.
7월 13일 기준, 전국 온열질환자는 총 1,566명이며 이 중 농업 관련 사례가 271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간 대비 농업 분야 온열질환은 무려 2.2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환자 대부분은 오전 8시부터 발생이 급증, 정오~오후 2시 사이에 집중됐다. 이는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한 농촌의 특성을 반영하는 지표다. 농진청은 농업인의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예방 시스템을 본격 가동 중이다. 먼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 및 자율점검 체크리스트는 한국어 외에 베트남어, 태국어 등 9개 언어로 제작돼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또 ‘농업인 안전365’ 누리집에서는 기상청과 연계한 폭염 영향 예보와 체감온도 계산기도 실시간 제공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농업인은 지역별 폭염위험도, 건강수칙을 실시간 확인하며 작업을 조정할 수 있다.
기술 기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에어냉각조끼’는 의복 내 온도 13.8%, 습도 24.8%를 낮추는 효과를 보였으며, 심박수 증가 억제, 피로도 저감 등의 효능도 실증됐다. 또한 위성 GPS, 운동량, 기상정보 등을 실시간 분석해 위험을 알리는 ‘온열질환 위험알림 워치’도 개발 중으로, 2026년 실증을 거쳐 2027년 보급 예정이다. 고용노동청과의 협약을 통해 호남권 산재보험 농사업장에 이동식 에어컨, 냉풍기 등 냉방장비 설치 지원도 진행 중이다. 특히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 농업인 대상의 현장 개선이 기대된다. 민간 협력도 강화된다. 지난해 협약을 체결한 동아오츠카, 대한적십자사와는 올해도 온열질환 예방 물품 후원과 캠페인을 이어가며, 민관 협업 모델을 통한 재난 대응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 권철희 국장은 “오는 8월까지 온열질환 예방 농가 자율점검 및 집중 대응 기간을 운영, 폭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현장 밀착형 아이디어 발굴과 신규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전했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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