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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구급차가 어느 병원으로 갈지부터 다시 찾아야 하고,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도 수술이나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재이송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응급의료의 단절을 줄이기 위해 환자의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를 기준으로 이송 단계부터 최종치료까지 연결하는 체계 개편에 나선다.
응급의료기관의 역할도 다시 나뉜다. 시설과 인력만 갖췄는지를 보는 방식에서 실제 응급수술과 중환자 진료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부족한 지역은 인접 진료권과 전문인력을 공동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역량을 확보한다.
의료혁신위원회는 10월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기현 위원장 주재로 제10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 적기 이송 및 치료를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이번 권고안의 출발점은 응급환자의 중증도에 맞지 않는 응급실 이용과 응급실 진료 이후 수술·중환자 진료 등 최종치료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다. 혁신위는 응급환자가 발생한 순간부터 적정 의료기관으로 이송되고 최종치료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진료경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적절한 진료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도록 전문상담 기능을 강화한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의료인 등 전문가가 증상을 상담하고 적절한 대처방법과 진료기관을 안내한다. 상담 결과에 따라 응급환자는 신속하게 응급의료체계로 연결하고, 비응급환자는 이용 가능한 병·의원이나 자가관찰 방법 등을 안내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로 몰리는 비응급환자를 분산하기 위한 지역 진료망도 확대한다. 지역 병·의원이 야간·휴일 외래진료 등 ‘Urgent Care Clinic’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지역별 여건에 맞는 대체 진료경로를 확충한다. 참여기관의 위치와 운영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시간대별 수가 가산과 운영 지원 등을 통해 의료기관 참여를 유도한다. 중증환자는 처음부터 필요한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원칙을 세운다.
환자의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를 기준으로 이송기관을 정하고, 해당 기관이 환자를 받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한 후순위 이송경로도 사전에 마련한다. 중증외상과 심뇌혈관질환, 분만 등 전문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해당 분야 치료가 가능한 전문 응급의료기관으로 직접 이송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응급의료기관별 기능도 명확하게 나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수술과 중환자 진료 등 최종치료에 집중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지역 내 배후진료 역할을 맡는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경증응급환자를 진료하면서 상태 변화를 관찰하고, 중증으로 확인되면 초기 안정화 이후 상위 응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
응급의료기관 지정과 평가 기준 역시 실제 치료능력을 중심으로 바뀐다. 단순히 시설과 인력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응급수술과 중환자 진료를 실제로 제공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기관은 기능을 조정하거나 상위 의료기관과 연계해 전원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역 내 부족한 전문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추진된다.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기관 간 순환당직과 공동운영, 의료인 파견협약 등을 활용해 한정된 전문인력이 지역 응급환자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참여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 지역 단위의 상시 대응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의료자원이 부족한 취약지역은 인접 진료권과 연결한다.
취약지역 의료기관과 인접 지역의 치료가능기관 사이에 사전에 이송경로를 정하고 장거리 이송에 필요한 구급자원과 의료지도체계를 보강한다. 취약지역 의료기관은 준응급 진료와 중증환자의 초기 안정화, 전원 판단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상급 의료기관 전문의와 실시간 협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응급의료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도 지속적으로 들여다본다. 환자가 병원에서 수용되지 못한 원인과 재이송·재전원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지역별 이송경로를 조정하고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활용한다. 병원의 현재 치료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정보망도 핵심이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관 사이에 병상뿐 아니라 수술실·중환자실, 전문과목 당직 여부 등 진료 가능 상태를 실시간으로 연계한다. 병원정보시스템과 자동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하고,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도착 이후의 중증도 분류 결과를 비교해 실제 이송기준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송 판단지원도 단계적으로 검증한다. 응급이송 자료를 분석해 적정 이송을 지원하는 AI 기술을 적용하고, 인력의 역량 강화와 기관 간 인력 공유, 응급수술·중환자 진료·전원환자 수용 등 실제 수행한 기능에 맞춘 보상체계를 검토한다.
정기현 위원장은 “응급환자가 적정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이송되고, 수술과 중환자 진료 등 최종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응급의료체계 혁신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국민이 증상과 중증도에 맞는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담과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야간·휴일에도 비응급환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일상진료체계를 충분한 수준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번 권고안이 국민이 어디에 살든 필요한 응급의료를 적기에 받을 수 있는 체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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