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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으로 특정 지역과 해상 운송로에 집중된 자원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난 가운데 정부가 원유부터 핵심광물까지 국가 차원의 비축과 공급망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오는 2035년까지 원유의 특정지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석유 비축시설을 2,000만 배럴 규모로 확충하는 한편 핵심광물 비축기간도 품목에 따라 최대 365일까지 끌어올린다.
산업통상부는 9월 23일 무역보험공사에서 김정관 장관 주재로 제6차 자원안보 협의회를 열고 「제1차 자원안보 기본계획」, 「제5차 석유비축계획 조정안」, 「핵심광물 지정계획」, 「제1차 핵심광물 비축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원안보 기본계획은 지난해 2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마련되는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계획이다. 정부는 그동안 진행한 자원안보 진단·평가 결과와 중동 전쟁 대응 과정에서 확인된 공급망 취약요인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업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계획을 마련했다. 정부가 가장 먼저 손질하는 분야는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망이다.
특정 지역이나 운송경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지정학적 충돌이나 해상 운송 차질이 국내 에너지 공급과 산업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유 도입지역과 도입경로, 도입방식, 유종 등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2035년까지 원유의 특정지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는 것이 주요 목표다. 정부 비축뿐 아니라 민간의 비축 역량도 함께 강화해 공급망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버틸 수 있는 대응 여력을 높인다.
석유 비축시설도 대폭 늘린다. 정부는 제4차 석유비축계획이 끝난 2025년 이후 추가로 확대되지 않았던 비축시설을 2030년까지 2,000만 배럴 규모로 확충하기로 했다. 새로 확보되는 시설을 활용해 정부 비축유뿐 아니라 산유국과의 국제공동비축 물량도 확대할 계획이다. 비축 대상도 기존 연료유 중심에서 넓어진다.
석유화학산업의 원료 공급 안정성을 고려해 비상 상황에서 나프타의 국내 생산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콘덴세이트를 추가 확보한다. 에너지 안보와 석유화학산업의 원료 공급망을 연계해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핵심광물 공급망 관리 대상도 확대된다. 정부는 기존 38종이던 핵심광물을 51종으로 늘린다. 새롭게 포함되는 광물은 희토류 10종과 형석, 인, 게르마늄 등 13종이다.
이에 따라 네오디뮴·디스프로슘·란탄·세륨·터븀·이트륨·스칸듐 등 기존 희토류와 백금·팔라듐·로듐·루테늄·이리듐 등 백금족, 리튬·니켈·망간·코발트·흑연·갈륨·구리·텅스텐 등 주요 산업용 광물이 핵심 공급망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여기에 사마륨, 유로퓸, 가돌리늄, 프라세오디뮴, 프로메튬, 홀뮴, 어븀, 톨륨, 이터븀, 루테튬 등 10종의 희토류와 형석, 인, 게르마늄이 추가된다.
정부는 관련 고시를 개정해 신규 13종을 공식 핵심광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핵심광물 비축체계도 새로 짠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적용되는 제1차 핵심광물 비축계획은 법정계획으로, 비축 품목과 목표 물량, 운용 방식 등을 담았다.
비축 대상 품목은 기존 24종에서 29종으로 확대한다. 특히 공급망 위험이 큰 광종은 비축 목표를 기존 180일에서 최대 365일까지 높여 품목별 위험도에 따라 비축 수준을 차등 관리한다. 단순히 정부가 보유한 물량만 계산하는 방식도 바꾼다. 정부는 공공 비축량에 민간기업이 보유한 재고와 재자원화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원료까지 포함하는 ‘국가총가용재고’ 개념을 도입한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 국내 산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의 총량을 파악해 공급 차질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핵심광물 공급망을 국내에서 다시 활용하는 재자원화 기반도 강화한다. 공급처를 늘리는 동시에 사용 후 자원을 다시 원료로 활용해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핵심광물 10대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자원안보기금을 신설해 관련 투자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요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평상시부터 공급망 위험을 점검하는 범정부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한다.
이번 계획의 출발점에는 중동 전쟁 과정에서 확인된 공급망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특정 지역과 운송로에 자원이 집중된 구조에서는 지정학적 충돌이 곧바로 국내 에너지와 산업 공급망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위기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평상시 비축과 공급망 다변화, 국제협력, 재자원화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광물 비축계획은 ’25년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수립하는 법정계획으로, ’26~’35년 계획기간의 비축 품목, 목표 물량 및 운용 방식 등이 포함된다. 기존 비축 대상은 24종이었지만 핵심광물 추가 지정 등을 반영해 29종으로 확대한다. 특히 해외 공급망 의존도가 높거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취약 광종은 비축 목표를 기존 180일에서 최대 365일까지 확대한다.
김정관 장관은 “중동 전쟁을 겪으며 자원안보는 단순히 값싼 원료를 확보하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생활과 산업을 지키는 국가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이번에 처음 수립한 「자원안보 기본계획」은 위기 때마다 단기적·사후적 대응에서 벗어나 우리 자원 공급망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이라며 “자원안보 협의회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역량을 결집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안보 과제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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