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_right_top
감염병예방법에 흩어져 있던 예방접종 관리체계가 독립 법률 아래에서 전면 재편된다. 앞으로는 국가가 지원하는 예방접종뿐 아니라 국민이 비용을 부담해 맞은 비급여 접종까지 접종 이력을 통합 관리하고, 접종 이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사례도 폭넓게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질병관리청은 10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방접종관리법」 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예방접종만을 독립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예방접종은 별도의 독립 법률 없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시행돼 왔다. 그러나 생애주기별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커지고 코로나19 이후 백신 안전성과 이상반응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방접종 전 과정을 별도로 관리할 법적 기반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새 법은 예방접종의 범위를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백신 또는 이에 준하는 의약품을 활용한 예방접종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의 개념을 새롭게 규정했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예방접종 정책도 연계된다. 질병관리청장은 5년마다 예방접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역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예방접종위원회도 설치돼 주요 예방접종 정책과 제도를 심의한다. 국민 입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접종 이력 관리다.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전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접종이 끝나면 기록을 등록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국가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예방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존 관리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빠져 있던 비급여 예방접종도 통합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받은 접종뿐 아니라 개인이 비용을 내고 의료기관에서 받은 접종까지 하나의 이력으로 관리함으로써 중복접종이나 오접종을 예방하고 국가 차원의 정확한 접종률 산출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백신 자체의 품질 이상에 대한 대응체계도 법률에 담겼다. 보건소장이나 위탁의료기관장이 예방접종약품의 품질 이상 또는 이상이 의심되는 상황을 확인하면 질병관리청에 보고·신고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장은 필요할 경우 예방접종을 중단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예방접종 종사자 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장에게 예방접종 완료 여부를 확인하고 지도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된다.
백신을 도입하고 비축하는 과정도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관리한다. 백신 또는 이에 준하는 의약품의 효과와 질병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방접종약품을 지정하고 구매·비축할 수 있도록 했다. 질병관리청장은 질병 발생과 접종률을 감시하고 면역도 조사와 백신 효과평가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예방접종을 도입하거나 변경할 때 질병 부담과 백신 효과 등에 대한 평가자료를 정책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된다. 예방접종 후 안전관리 방식도 달라진다. 새 법은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는 ‘예방접종 후 이상사례’ 개념을 도입한다. 의사 등이 진료 단계에서 백신과 증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곧바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해,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사례도 폭넓게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예방접종 이후 나타나는 안전성 신호를 보다 일찍 포착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기존 감염병예방법에 있던 미신고 벌칙 규정은 삭제된다. 피해보상 절차도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된다. 국가예방접종과 임시예방접종에 대한 피해보상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보상 신청자의 권리구제 절차를 명문화했다. 「예방접종관리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예방접종관리법」 제정은 예방접종의 도입부터 실시, 효과평가, 안전관리와 피해보상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예방접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이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필요한 예방접종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예방접종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저작권자 © 재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