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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단순한 장비 사고를 넘어 위험물 공사 관리, 화재 대응, 정보시스템 복구와 데이터 백업 등 국가 정보인프라 전반의 관리체계 문제로 확대됐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리튬배터리 이전공사의 관리·감독 부실을 비롯해 화재 발생 이후 초동조치 미흡, 화재안전조사 거부, 재해복구체계와 백업관리 부실 등 모두 18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
화재는 2025년 9월 26일 오후 8시16분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본원 7-1전산실에서 리튬배터리 이설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4번과 5번 배터리 랙 사이에서 불꽃이 시작됐으며, 소방당국이 오후 8시26분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화재는 발생 후 약 22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후 6시께 완전히 진화됐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었고 7-1전산실이 전소됐다. 국가 주요 정보시스템 709개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대국민 행정서비스와 정부 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시스템 복구가 완료된 시점은 같은 해 12월 30일로, 사고 발생 이후 3개월 이상이 걸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배터리 랙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졌고 케이블 절연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감정했다. 피해 규모도 당초 시설 손실을 넘어섰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건물과 시설 손실, 잔존물 제거비 등을 합산해 시가 기준 597억 원, 재조달가액 기준 1,070억 원의 직접·간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행정서비스 중단과 업무자료 소실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해 감사원이 한국행정학회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피해 규모는 약 3,511억 원으로 추산됐다.
감사원은 화재가 발생한 리튬배터리 이전공사 과정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전산실에 설치된 리튬배터리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배터리를 지하층으로 옮기기 위한 공사를 추진했다. 2025년 6월에는 A사와 B사로 구성된 공동수급체와 30억4천만 원 규모의 ‘대전센터 UPS 및 배터리 재배치 전기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실제 공사는 계약 당시 정해진 구조와 다르게 진행됐다. A사는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공사를 C사에 전부 하도급했고, B사는 맡은 공사를 A사에 일임했다. 이후 C사는 UPS·배터리 운반과 배터리 랙 해체·재설치·시운전 작업을 전기공사업 등록이 없는 업체 2곳에 다시 맡긴 것으로 감사에서 확인됐다.
공사에 참여해야 할 업체가 실제 현장에 투입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충분하지 않았다. 2025년 7월부터 9월까지 모두 10차례 열린 공정회의에 B사 직원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B사가 실제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같은 해 8월에는 현장소장으로부터 외부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라는 보고까지 받았지만 해당 인력의 소속이나 전기공사업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배터리 이설작업에 필요한 안전조치 역시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관련 규정과 공사 시방서에는 전기작업에 앞서 작업계획을 마련하고, 배터리 이전·설치 과정에서는 제조사의 기술 지원을 받으며 모든 배터리 랙의 전원을 차단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시공업체에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지 않았고 감리업체가 이를 검토·확인하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았다. 제조사의 작업지원이 어렵다는 시공업체의 보고를 받은 뒤에도 대체 투입업체의 전문성이나 제조사와의 기술제휴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결국 배터리 8개 랙 가운데 전원이 차단된 것은 1개뿐인 상태에서 해체작업이 진행됐고 케이블 단말의 절연처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4번과 5번 배터리 랙 사이에 불꽃이 발생하면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의 대응에서도 매뉴얼과 실제 행동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마련한 ‘화재대비 비상대응 매뉴얼’에는 전산실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에 전산실 전체 전원을 차단하고, 전산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방수포를 준비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오후 8시16분부터 소방대가 도착한 오후 8시26분까지 내부 보고와 119 신고만 이뤄졌고 전원 차단이나 방수포 전달 등 매뉴얼에 따른 초동조치는 시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소방대가 옥내소화전 등을 이용해 진화를 시도하자 전산망 손상을 우려해 물을 이용한 진화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전산실 내부에서 배터리 열 폭주가 이어지며 화재가 확산됐고, 소방의 반복적인 요청에 따라 주수소화가 시작된 것은 화재 발생 약 3시간 뒤인 오후 11시13분이었다.
감사원은 이러한 초동대응 지연과 관련해 비상대응 매뉴얼 자체가 현장 직원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2024년 10월 배터리 화재 대응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이를 직원들에게 배포하지 않고 담당자의 PC에만 보관했다. 2025년 자체 소방훈련에서도 배터리 화재 대응에 대한 별도의 교육이나 훈련은 실시되지 않았다. 화재감지기 작동 등을 중심으로 평균 10분 안팎의 훈련이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이전의 예방 단계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소방청은 2024년 주요 정보통신시설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대해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고, 대전 유성소방서는 같은 해 5월 사전 안내까지 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담당 과장은 전산실이 보안구역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도록 지시했다. 실제 조사 당일에도 지하층에서 소방설비 오동작으로 경보음이 발생하자 담당자와 팀장에게 다시 조사 거부를 지시한 것으로 감사에서 확인됐다.
그 결과 화재가 발생한 7-1전산실을 포함해 2층부터 5층까지 전산실 등에 대한 화재안전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소방청에는 관련 법률에 따른 고발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정보시스템의 재해복구체계에서도 취약점이 확인됐다. 정부 지침은 정보시스템을 업무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등급별 복구목표 시간과 복구 우선순위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2025년 마련한 재난현장조치 행동매뉴얼에는 업무등급별 복구목표 시간과 대체 복구장소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재해복구전략이 마련되지 않았다. 실제 화재 이후에도 업무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가 아니라 피해가 큰 전산실을 중심으로 복구자원이 배분됐다. 그 결과 최우선 복구가 필요한 58개 시스템 가운데 12개가 복구에 3주 이상 걸렸고, 이 중 10개는 4주 이상이 소요됐다.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부 정책에서도 일관성 부족이 지적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예산 확보를 관계기관에 요청했지만, 행정안전부는 2024년 4월 예산 낭비 우려 등을 이유로 관련 투자를 제한했다가 2025년 4월 다시 구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감사원이 2025년 9월 26일 기준 대전센터 본원의 709개 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재해복구시스템이 구축된 시스템은 54개로 전체의 7.6%에 불과했다. 실제 화재 복구 과정에서 재해복구시스템을 활용한 것은 54개 가운데 7개에 그쳐 전체 정보시스템의 0.98% 수준이었다. 데이터 백업 관리에서도 여러 문제가 확인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비정형·대용량 데이터라는 이유로 일부 데이터를 백업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로 인해 행정안전부 G드라이브와 소방청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의 데이터가 백업 없이 운영되다 화재로 소실됐다.
백업데이터가 원본과 같은 공간에 보관된 사례도 상당수였다. 709개 정보시스템의 백업데이터 보관시설 690개 가운데 237개가 원본과 동일한 전산실에 위치했고, 349개 정보시스템에 할당된 스토리지와 백업시설 역시 같은 전산실에 설치돼 있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하나의 재난으로 원본과 백업데이터가 동시에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번 화재에서도 일부 시스템의 원본과 백업데이터가 함께 소실됐다.
백업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관리절차도 충분하지 않았다. 백업요청서에 필요한 디렉터리 정보가 빠지거나 권한 설정에 오류가 있으면 데이터 백업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입주기관의 책임이라는 이유로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 등 8개 기관의 10개 정보시스템은 백업대상 디렉터리 정보가 누락됐고, 소방청의 2개 정보시스템은 설정·권한 오류로 백업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재 피해를 입어 데이터가 소실됐다.
복구훈련 역시 장기간 공백이 있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의 복구 모의훈련을 조사한 결과 전체 정보시스템 가운데 한 차례도 복구훈련을 하지 않은 시스템이 501개로 72.6%에 달했다. 5회 이상 훈련한 시스템은 67개로 9.7%에 그쳤다. 2025년 실시된 24건의 복구 모의훈련 가운데 훈련 이후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한지를 입주기관에 확인한 사례는 14건이었다. 입주기관이 실제 논리적 검증 과정에 참여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고, 10건은 입주기관이 정상 서비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문제와 관련해 모두 18건의 위법·부당사항에 대해 징계 요구와 통보 등의 조치를 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와 과장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담당 팀장에 대해서는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담당 팀장은 지위와 전문성, 위험상황에 대한 인식 정도 등을 고려해 다른 관련자보다 책임이 무겁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또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에게는 관련 업체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민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배터리 화재 발생 시 매뉴얼에 따른 전원 차단과 방수포 전달 등이 이뤄지도록 하고, 관련 매뉴얼에 대한 교육과 홍보, 실제 대응훈련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재해복구전략에는 시스템별 복구목표 시간과 대체장소, 물자·자재와 장비 확보방안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백업 대상 선정에서도 데이터 중요도와 행정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하고, 비정형·대용량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업에서 제외하지 않도록 했다. 원본과 백업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분리된 장소에 보관하고 복구훈련도 체계적으로 실시하도록 관련 업무 개선을 요구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화재 이후 정부가 추진한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언도 제시됐다.
정부는 2026년 2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을 통해 안전관리 강화, 재해복구체계 구축, 민간클라우드 활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단계적 이전과 거버넌스 개편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화재 예방과 초동대응, 장애 대응, 재해복구, 재난관리와 감독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준과 절차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향후 정부 대책이 새로운 조직이나 예산을 확대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기존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확인하고 이를 검증·예방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정부의 개선방안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미이행이나 부실 관리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정직기자
이정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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