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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직후 자극보도, 추모일엔 반복 취재, 재난경험자 다시 상처받는다”

기사승인 2026.09.10  0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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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보도의 문제가 사고 직후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추모일 등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른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난 발생 직후에는 자극적인 표현과 충격적인 장면이 집중됐고, 추모 시기에는 유가족의 오열과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보도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9월 10일 「재난보도 모니터링 도구 고도화와 체크리스트 개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2024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트라우마 예방관점 재난보도 현황조사」의 후속 연구다. 앞선 연구가 재난이 발생한 당시의 보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분석 범위를 추모일까지 확대했다. 재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보도 방식과 문제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고, 취재 과정에서 트라우마 예방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실무 도구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12·29여객기참사, 2025년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10·29이태원참사 3주기, 12·29여객기참사 1주기 관련 보도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재난 발생 직후에는 자극적인 표현이나 사고 현장의 충격적인 장면을 담은 보도가 주요 문제로 나타났다. 해당 유형은 분석 대상에 따라 최대 30.6%까지 확인됐다. 시간이 지나 추모기로 접어들자 문제의 양상이 달라졌다. 사고 당시의 충격적인 현장 장면 대신 유가족의 오열이나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담은 영상과 이미지가 주요 문제로 나타났으며, 그 비율은 최대 50%까지 집계됐다.

재난보도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형태는 시점에 따라 바뀌었지만, 연구진은 문제의 심각성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재난 직후뿐 아니라 추모일과 같은 중장기 보도에서도 재난경험자를 고려한 보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재난보도를 시간 흐름에 맞춰 관리할 수 있도록 분석틀을 개선했다. 재난 발생 직전부터 현장 취재, 보도와 후속 취재, 취재진 복귀까지 과정을 나누고 각 단계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을 구체화했다.

새로 개발된 재난보도 체크리스트는 ▲평상시 ▲사건 발생 직전 또는 현장 투입 전 ▲사건 발생 중 현장 취재 ▲사건 발생 이후 보도·후속 취재·복귀 등 네 단계로 구성된다. 각 항목의 수행 주체도 기자와 데스크, 언론사로 구분해 실제 취재 과정에서 책임과 역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활용하기 쉽도록 대화 앱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PDF 형태로 제작할 예정이다. 보도 이후 뉴스 이용자가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개선을 요청할 수 있도록 ‘재고 요청 양식’도 함께 개발했다.

재난경험자와 일반 뉴스 이용자,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보도 내용 외에도 취재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재난경험자와 유가족들은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같은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개별 접촉하는 취재를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재난 당사자가 이미 심리적 충격을 겪은 상황에서 반복적인 접촉과 촬영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뉴스 이용자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보도가 뉴스 자체를 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재난 이후 후속 보도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논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언론인들은 트라우마 예방 관점의 재난보도가 개별 기자의 주의에만 의존해서는 현장에 정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이번 연구를 통해 2022년 제정된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실제 취재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고, 재난 발생 시점뿐 아니라 추모와 후속 보도까지 포함하는 장기적인 재난보도 관리체계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재난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도 양상이 변화하는 만큼 가이드라인도 세분화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다"라며, "특히 추모일마다 재난경험자가 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현장의 기자와 데스크가 재난보도 체크리스트를 활용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난경험자에 대한 꾸준한 이해와 관심을 바탕으로 한 재난보도 문화 형성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이정직기자

이정직기자

<저작권자 © 재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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