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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과 해외 직구를 통해 유통되는 저가 에어컨용 불법 혼합냉매가 실외기 내부에서 자연발화성 위험물질을 만들어내 화재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소방당국의 추적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냉매를 주입한 직후에는 정상적으로 에어컨이 작동하지만, 사용 과정에서 위험물질이 서서히 생성된 뒤 철거나 재충전 과정에서 공기와 수분에 노출되면 발화할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은 최근 5년간 에어컨 냉매가 화재 원인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추적한 결과 총 36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도별로는 2022년 1건에서 2023년 2건, 2024년 6건, 2025년 13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7월까지 14건이 발생해 지난해 이후 화재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다른 원인으로 분류됐다가 냉매 관련 화재로 다시 확인된 사례도 11건에 달했다.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보면 냉매의 위험성이 특히 철거와 충전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전체 36건 가운데 철거·충전 중 발생한 화재가 17건으로 47.2%를 차지했고, 에어컨 작동 중 발생한 사례도 13건으로 36.1%에 달했다. 미가동 상태에서 발생한 화재는 4건(11.1%), 발생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사례는 2건(5.6%)이었다.
문제의 핵심에는 구형 에어컨에 사용되는 R-22 냉매가 있다. R-22는 불연성 냉매이지만 오존층 파괴 문제로 2023년 이후 생산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이 틈을 타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저가 냉매가 온라인 판매와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조사 결과 이들 제품 가운데 일부는 R-22 용기에 생산·판매가 중단된 R-40, 즉 클로로메테인(CH₃Cl)을 혼합한 뒤 R-22인 것처럼 표시해 판매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R-40은 과거 초기 냉매로 사용됐지만 높은 독성과 가연성 때문에 퇴출됐으며,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냉매 용도의 신규 사용이 전면 금지된 물질이다. 특히 불법 혼합냉매는 외관만으로 정품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워 소비자가 사용 단계에서 위험성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소방청과 국립소방연구원, 서울·경기 화재감정기관, 경남소방본부는 이례적으로 증가한 에어컨 냉매 관련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8월 3일부터 공동조사에 착수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정밀 추적조사와 화재감정 결과, 실제 화재가 발생한 실외기 내부에서 ‘트리메틸알루미늄’이 검출됐다.
트리메틸알루미늄은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3류 위험물인 자연발화성 물질 및 금수성 물질에 해당한다. 공기 중에 노출될 경우 스스로 발화할 수 있으며 물과 접촉하면 격렬하게 반응해 가연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다. 조사에서는 불법 혼합냉매에 들어 있는 클로로메테인이 실외기 내부의 알루미늄 부품과 반응하면서 트리메틸알루미늄이 생성되는 과정도 확인됐다. 알루미늄 부품에는 회전자와 배관 등이 포함된다.
특히 위험성은 냉매를 주입하는 순간보다 에어컨이 일정 기간 작동한 이후 더욱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 냉매를 주입했을 때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에어컨이 가동되는 과정에서 실외기 내부에 위험물질이 서서히 생성될 수 있다. 이후 철거나 재충전을 위해 배관을 절단하면 내부 물질이 공기나 수분과 접촉하면서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지난 7월 24일 경남 진주의 한 주택 화재 현장에서는 증거물을 수집하던 화재조사관이 실외기 냉매 인입부에서 발생한 불꽃에 노출돼 양손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앞서 6월에는 인천 강화의 한 주택에서 실외기에 가스를 주입하던 70대 남성이 폭발로 크게 다쳐 닥터헬기로 이송됐다.
올해 6월 목포에서도 에어컨 냉매와 관련된 발화·폭발 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해 4월 서울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만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도 유사한 불법 혼합냉매가 확인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냉매 자체에 대한 일반적인 불안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에어컨 냉매가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식 통관 절차와 품질검사를 거친 정품 냉매는 이번에 확인된 위험과 구분해야 하며, 문제의 핵심은 검증되지 않은 경로로 유통되는 불법 혼합냉매라는 것이다.
소방청은 화재조사 과정에서 조사관이 위험물질에 노출되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한 대응에도 나선다. 국립소방연구원은 불법 혼합냉매가 의심되는 현장에서 감식·감정 과정 중 추가 화재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 혼합냉매 대응 현장조사 안전 지침(매뉴얼)’을 마련해 전국 화재조사관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이번 원인 규명에는 소방청이 구축해 온 화재조사 빅데이터 기반과 국립소방연구원·서울·경기 등 권역별 화재감정기관, 시·도 화재조사관의 공동조사가 활용됐다. 화재 발생 사례를 데이터로 추적한 뒤 현장 증거물에 대한 감정과 위험물질 분석을 결합해 냉매와 실외기 부품 사이의 반응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소방청은 불법 혼합냉매가 향후 대형화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계기관과 유통 차단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 한국소비자원이 참여한 1차 관계기관 회의가 열렸으며, 25일에는 산업통상부·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가스안전공사·한국소비자원·국립소방연구원·서울·경기화재감정기관·경남소방본부 등이 참여한 2차 회의가 진행됐다.
관계기관들은 회의를 통해 해외 직구와 온라인 판매를 통한 불법 혼합냉매 유통을 차단하는 방안과 함께 소비자 경보 등 추가 대응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으로 수입 단계부터 온라인 유통 과정까지 불법 냉매의 유통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공동 대응이 이어질 예정이다.
소비자와 에어컨 시공업체의 주의도 요구된다.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냉매는 불법 혼합 여부를 의심해야 하며, 품질 인증 표지가 없는 냉매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는 피해야 한다. 에어컨 냉매 시공은 정식 등록 업체를 통해 진행하고, 사고 발생 때 책임 소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공자의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영국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불법 혼합냉매는 눈(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사용자가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라며 “관계 부처와 함께 화재 발생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추가로 확인되는 사항은 국민 여러분께 신속히 알려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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