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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이 위험한 재난현장에 직접 뛰어들기 전에 로봇이 먼저 들어가 현장을 확인하고, 인공지능이 위험을 감지·판단하는 기술 기반 소방체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된다. 소방청이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첨단장비와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대폭 반영하면서 재난 대응 방식이 현장 인력 중심에서 첨단기술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소방청은 2027년도 정부 예산안으로 총 3,713억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은 AI와 첨단장비 등 국가 전략기술을 재난 대응에 접목하는 동시에 노후 공장과 공동주택, 산림인접마을 등 국민 생활과 가까운 화재 취약지역의 안전망을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위험한 재난현장에 소방대원보다 먼저 투입할 수 있는 로봇 전력의 확대다. 소방청은 무인소방로봇 9대를 확보하는 데 108억원, 4족보행로봇 40대를 추가 보강하는 데 160억원을 편성했다.
재난현장은 화재·붕괴·폭발·유독가스 등으로 소방대원의 접근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소방청은 로봇이 먼저 현장에 들어가 재난 상황을 살피고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 위험지역에 대한 소방대원의 직접 노출을 줄이고 대응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산불 대응능력도 보강된다. 험준한 지형에서 산불 진압에 활용할 수 있는 대형 산불전문진화차 3대를 추가로 도입하기 위해 11억원이 투입된다. 지방정부에 장비를 보강해 산악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에 대한 현장 대응력을 높인다.
재난 대응에서 정보 전달이 끊기지 않도록 소방통신체계도 대폭 손질한다. 소방헬기 전국 통합 관제체계 구축에 31억원을 투입해 주파수를 분리하고 무전기를 이중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소방헬기의 관제 통신이 현장에서 중단되지 않도록 통신 안정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소방 무선통신망에는 27억원이 반영된다. 전국 단위 동원령이 내려질 경우 재난안전통신망의 통화그룹이 자동으로 편성되도록 하고, 무전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전달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대규모 재난에서 여러 지역의 소방력이 동시에 투입될 때 지휘·통신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기술개발 투자도 확대된다. 2027년 소방 연구개발(R&D) 예산은 608억원으로 편성됐다. 특히 소방 단독 기술개발을 넘어 경찰·해양경찰과 공동으로 재난 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 새롭게 추진된다. 소방과 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치안·소방 현장 통합 지휘·통신 기술개발에 30억원이 신규 편성됐으며, 소방·경찰·해양경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재난안전 실물 인공지능, 이른바 피지컬 AI 개발에도 45억원이 새로 투입된다.
피지컬 AI 개발사업은 재난현장에서 위험을 스스로 감지하고 상황을 추론해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AI를 넘어 실제 재난환경에서 위험을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소방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 지휘관의 판단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반시설도 확대된다. 재난현장 지휘역량강화센터 추가 구축에 16억원을 편성하고, 2027년 대구를 시작으로 2028년 전남, 2029년 충북, 2030년 경기북부까지 모두 4개소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이 시설은 실제 재난과 유사한 조건에서 현장 지휘관이 대응 상황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면서 의사결정 능력을 높이는 공간이다. 현재 전국에서는 10개소의 지휘역량강화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소방헬기의 가동률과 정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이어진다. 전국 소방헬기 통합관리와 119항공정비실 건립 등에 모두 157억원이 투입된다. 통합정비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기반시설인 119항공정비실은 내년 7월 준공돼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첨단화와 함께 생활 속 화재 취약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안전투자도 확대된다. 소방청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공장의 화재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자동확산소화기 설치 지원사업에 59억원을 새롭게 반영했다.
자동확산소화기는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소화기능을 작동시키는 장비로, 스프링클러보다 설치가 쉽고 비용 부담도 낮은 것이 특징이다. 소방청은 내년부터 5년간 총 1만9,806개소, 연평균 3,961개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20년 이상 된 노후 공장과 영세 제조업체, 산업단지 밀집지역, 반복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시설 등 화재 위험성이 높은 곳을 우선으로 선정한다.
올해부터 추진한 노후 아파트 단독경보형 연기감지기 보급사업에도 62억원을 계속 투입한다. 산림과 인접한 마을의 초기 화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비상소화장치 설치사업에도 23억원을 편성해 생활권 주변의 화재안전망을 유지·확대한다. 소방공무원의 신체와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지원도 이어진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분야에는 81억원이 편성돼 현재 운영 중인 ‘찾아가는 상담실’ 상담사 265명 체계를 유지하고 국립소방병원과 연계한 심신 건강 지원을 강화한다.
국립소방병원 운영에는 411억원이 투입된다. 의료진의 신속한 의료체계 가동을 위한 지원과 함께 의료진의 안정적인 근무를 위한 기숙사 건립 예산도 포함됐다. 국립소방병원은 소방공무원의 직무 관련 부상과 질병 치료는 물론 유해인자 노출 관리 등을 담당하는 국가 최초의 소방 전문 의료기관이다. 국민의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국립소방박물관 건립·운영에도 46억원이 편성된다. 국내외 소방의 역사와 관련 유물을 활용해 소방의 역할을 알리고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일반회계 외에도 현장 수요가 높은 사업에 사용할 별도 재원 485억원이 추가로 확보된다. 중앙소방학교 천안청사 생활관 별관 신축과 소방심신수련원 건립 등에 국유재산관리기금 49억원이 투입되며, 구조·구급장비 확충을 위한 응급의료기금 412억원도 편성됐다. 응급의료기금에는 구급차 270대 교체·보강 예산이 포함됐으며, 복권기금에서는 특수목적 음압구급차 교체를 위해 23억원이 지원된다.
최용철 소방청장은 “이번 예산안을 통해 첨단장비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 재난현장의 대응 역량을 한층 높여 나갈 것”이라며, “기술이 소방대원의 안전한 현장 활동을 뒷받침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더 촘촘한 안전 체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래 소방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정직기자
이정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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