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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예방을 기업의 자율에 맡겨온 기존 접근 방식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가 안전관리 정보 공개와 노동자 참여, 책임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고용노동부 소관 법률 개정안을 잇달아 처리하면서, 산업안전 관리 체계 전반이 제도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1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포함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임금채권보장법, 남녀고용평등 및 고용보험 관련 법률 등 총 5개 법안이 의결됐다. 이번 입법은 산업재해 은폐와 형식적 안전관리 관행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핵심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공공기관은 안전보건 관리체계, 산업재해 발생 현황, 예방 활동 실적과 계획, 안전 관련 투자 내역 등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이른바 ‘안전보건 공시제’로,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이 사회적 검증 대상이 된다. 제도는 2026년 8월부터 시행된다.
재해 원인 규명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지금까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에 한정됐던 재해 원인 조사가, 화재·폭발·붕괴 등 예방 필요성이 인정되는 산업재해 전반으로 넓어진다. 아울러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담은 재해조사보고서는 형사 절차가 개시된 이후 공개되도록 해, 기업 내부에 머물던 사고 정보가 사회적으로 공유된다. 현장 감시 기능 역시 강화된다. 근로자 대표가 추천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정부 감독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감독 권한은 유지하되,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감시 과정에 동행함으로써 형식적인 점검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위험성평가 제도도 실질화된다. 사업주는 위험성평가 과정에 근로자 대표를 참여시키고, 평가 결과와 주요 내용을 노동자에게 공유해야 한다. 평가 자체를 하지 않거나 필수 절차를 누락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며, 제재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위험성평가를 ‘서류 절차’가 아닌 실질적 예방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으로 재해 노동자의 권리 보호도 강화된다.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 결정을 위해 현장조사를 할 경우, 신청인 또는 대리인의 참여가 보장된다. 사업주는 보험급여 산정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미지급된 보험급여 수급권은 유족에게 승계된다.
체불임금 피해자 보호도 확대된다. 도산 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의 범위가 기존보다 늘어나, 퇴직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임금 보전 폭이 커진다. 임금체불로 인한 생계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일·가정 양립 관련 법 개정으로는 단기 육아휴직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자녀의 질병이나 방학 등으로 발생하는 돌봄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연 1회 1~2주의 단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을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후속 시행령과 제도 정착 과정을 통해, 안전관리 실효성을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영훈 장관은 “안전한 일터가 선행되어야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라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원칙이 입법으로 반영되었다”라고 언급하며, “무엇보다 노사 모두가 재해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개선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른 민생 관련 법률도 현장에서 안착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면밀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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