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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반복적인 침수 피해를 겪어온 농경지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구조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지연돼 왔던 저지대 농경지를 대상으로, 배수 인프라 확충을 통한 선제적 재해 예방에 나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반복돼 온 농경지를 대상으로 배수개선사업 신규 대상지 95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2곳은 기본조사 단계에 착수하고, 43곳은 즉시 사업을 시작하는 신규 착수 지구로 분류됐다. 최근 몇 년간 강수 패턴은 농업 기반시설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연간 강수량의 60% 이상이 여름철에 집중됐고, 시간당 100mm를 넘는 극한 호우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저지대와 하천 인접 농경지에서는 대규모 침수 피해가 잇따랐고, 향후 기온과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라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배수시설 부족으로 피해 위험이 높은 농경지를 중심으로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2026년 배수개선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26% 이상 늘어난 6천4백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총 293개 지구, 약 3만1천 헥타르의 농경지를 대상으로 정비가 추진된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말까지 54개 지구, 약 5천 헥타르의 배수개선 공사를 마무리해 즉각적인 침수 대응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규로 착수하는 43개 지구에는 5천4백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며, 배수장과 배수문 설치, 배수로 정비 등을 통해 상습 침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재해 예방을 넘어 농업 구조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 신규 착수 지구 가운데 상당수는 논콩이나 시설하우스 등 타 작물 재배 지역으로, 배수 여건 개선을 통해 논 중심의 단작 구조에서 벗어나 전략작물 재배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전국 상습 침수 농경지 가운데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면적에 대해 배수시설 정비를 완료했으며, 내년에도 추가 면적에 대한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아직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잔여 지역에 대해서도 중장기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선을 추진한다.
아울러 논에서 타 작물 재배가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지역과 시설하우스 밀집 지역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강화된 설계 기준을 적용한다. 강우 빈도와 강도를 반영해 최대 50년 빈도 수준의 재해 대응 설계를 도입함으로써, 기후 리스크에 대한 농업 기반시설의 대응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반복되는 침수 피해가 더 이상 자연재해로만 치부될 수 없는 만큼, 배수 인프라 확충을 통해 농업인의 안전한 영농 환경을 확보하고 식량 생산 기반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변상문 식량정책관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기상현상의 일상화에 대비하기 위해 배수장·배수로 등 침수피해 방지에 필요한 배수시설을 적기에 지원하여 재해예방을 강화하고 타 작물 재배 확대를 통한 식량자급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정직기자
이정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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