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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연재해 불안감 시민들 패닉위기

기사승인 2012.04.02  09: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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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이주 검토 등 일본탈출 심각한 고려

일본에서 3월은 본격적으로 삼나무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다. 예전 같으면 그저 꽃가루 알레르기만 주의하면 되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바람을 타고 확산되는 꽃가루에 방사성 물질이 같이 묻어 일본 전역으로 퍼질 거라는 위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일본,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무언가를 먹을 때 음식 재료의 원산지가 어디일까 찜찜해하고 걱정하는 게 일상이고 현실이 되어버렸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일본의 위기, 일본이 무섭다
“우리 아이들은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 없이 안전한 곳에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지역의 주민이 전북 장수를 방문, 집단 이주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당시 장수군에서는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 ‘예수사랑 복음교회(Christ Loving Gospel Church)’츠보이 에이히토목사가 서울의 개발회사 관계자와 함께 지난달 중순 장수군청을 방문, 집단 이주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문의했다고 밝혔다. 츠보이 목사는 장수를 방문한 뒤 곧바로 귀국, 지역 주민 40여명과 이주 문제를 협의한 뒤 장수군에 이주 여부를 전달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츠보이 목사는 장수군 관계자에게 “어린이들이 원전사고로 고통 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부모들은 안전한 지대에서 아이들이 자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목사 일행은 장수 나들목과 가까운 계남면과 천천면 일대를 둘러보았으며 이 지역 중 한 곳을 골라 90만㎡를 사들여 벼농사나 말 사육 등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군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후쿠시마와 장수군이 산업이나 생활 유형이 유사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들의 집단이주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어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

   
하지만 이같은 해프닝이 지금의 일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7년 넘게 거주해오던 도쿄를 떠나 고향인 광주로 돌아가기로 한 재일교포는 한국에 들어가기로 한 이유를 ‘방사능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메가톤급 대지진이 또 온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교민들은 지진 공포보다는 아이의 방사능 피폭 위험성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아이를 먼저 한국에 보내고 난 뒤, 일본 회사업무 인수인계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4월 초 한국으로 떠났다. 이처럼 지난 1년간 일본 사회는 크게 변화를 겪고 있다. 일본에서 지진은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현상이다. 2011년 3.11 대지진만 해도 아마 원전 사고 없이 지진만 일어났다면 사람들이 오랜 기간 닦아놓은 삶의 터전까지 걷어내고 해외이주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시각각 들려오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공포는 해외이주를 재촉시켰다.

도쿄 닛포리에서 거주하던 한 일본인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구마모토로 지난해 6월 내려갔다. 그의 귀향 이유는 자녀 때문이다. 원전 사고 후 방사능에 오염된 채소들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유통됐다. 하지만 사고 초기 일본 초등학교의 급식을 담당하는 업체들은 방사능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은 내부 피폭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학교 측에 방사능 검사를 하거나 도시락을 지참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별다른 개선책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싸갔다가는 집단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이 커 아이와 함께 고향에 내려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의 자녀는 현재 야마구치 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일본을 떠나는 일본인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산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려는 일본인과 재일교포가 크게 늘고 있다. 일부 일본기업이 생산거점을 한국으로 옮기면서 주재원을 위해 살 집을 알아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움직임이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김해공항을 통하면 왕래가 편하다는 점이 지진 공포에서 벗어날 ‘안전가옥’을 찾고 있던 일본인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해 5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W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40대 여성이 서툰 우리말로 “집을 구하러 왔다”고 말했다.

며칠간 해운대 일대를 둘러본 재일교포 여성은 우동 센텀시티에 있는 고급 주거용 오피스텔 1실을 9억4000만 원에 샀다. 이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일하는 서모 씨는 “올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 일본인이 10명이 넘는다”며 “주변 다른 사무실에도 일본인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해운대구 중동에서 7년째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강석 소장도 “전에는 일본인 고객이 전혀 없었지만 대지진 이후 10팀 이상 찾아왔다”며 “모두 투자 목적보다는 살 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센텀시티에 있는 고급 주거용 오피스텔 ‘WBC 더 팰리스’의 분양을 담당하는 정병석 솔로몬 그룹 마케팅본부장은 “최근 일본인 투자자 8팀이 방문했는데 물건이 모두 팔려 내국인 소유주들에게 물건을 전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센텀시티 인근 마린시티에서 분양 중인 고급 오피스텔 ‘더 샵 아델리스’에는 최근 일본인 투자자 12명이 방문했고, 4건의 계약이 성사됐다. 한국인 사위의 소개로 방문했다는 한 일본인 고객은 “가족들이 같이 모여 살기 위해 15억 원대의 오피스텔 3실을 한꺼번에 살 예정”이라며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과시했다. ‘월드마크’ 공인중개소 박정빈 소장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법인이 주재원을 위해 임대 물건을 묻는 사례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개인 고객이 찾아오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부모 중 한 명 또는 친척이 한국인이거나 재일교포여서 한국과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사례가 많지만 순수 일본인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인 수요자들이 주택을 고를 때 안전성에 큰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해운대구에서 주택을 둘러본 일본인들은 대체로 “지진해일(쓰나미)로부터 안전하겠는가, 태풍이 불면 해안가 어디까지 물이 넘치느냐” 등을 주로 질문했다. 이같이 일본에서 국내로의 이주 건수도 부쩍 늘고 있다. 부산 용당세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국내로 이사한 건수는 모두 86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658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부동산업계는 일본발 부동산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동에 지어지는 고급 주상복합 ‘두산위브 더 제니스’의 시행사인 ‘대원플러스건설’의 탁종영 이사는 “일본인 투자자들은 통상 시장조사에 2∼6개월 정도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거래 물건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드러난 전력난과 ‘엔고’를 견디다 못한 일본 기업과 일본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부산과 경남지역으로 생산 및 연구거점을 옮기고 있어 일본발 부산지역 부동산 ‘입질’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업계에서는 “1592년 임진년에 일본인들이 ‘칼’을 앞세웠다면 420년 후인 2012년 임진년에는 ‘돈’으로 부산지역을 공략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과장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재난대비 매뉴얼 필요하다 

   
일본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이 관동지역의 지진, 쓰나미 등 재난에 대비해 부산, 경남, 거제 일대를 석유 비축 후보지로 삼고자 우리 정부와 협상 중에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의도는 일본 내 재난 발생 시 즉각적인 재외 비축 석유를 운송하려는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경제 산업성이 한국의 지식경제부에 석유 비축지 확보 문제를 비공식적으로 요청해 동의를 이미 얻었고 구체적인 방법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석유 비축지 확보 움직임과 별개로 이미 일본 석유판매 대기업인 이데미쓰코산과 JX에너지는 한국기업과 손을 잡고 석유제품 중 하나인 등유를 한국 내 비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한국과 에너지 저장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재팬에너지(Japan Energy Corporation)가 선두에 서고 있다. 자연재해에 민감한 일본으로써는 “에너지 확보는 안전보장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석유 제품을 비축해 두려는 것으로 그 의미를 풀이하고 있다. 일본이 석유비축법 개정안을 2012년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나, 일본 정유업계 관계자가 “일본 정부가 한국 정유업체와 미리 계약을 체결해 유사시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형태로 석유 비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 내에서는 대지진 이후 ‘유사시 한국과 전력공급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이 일본경제가 내수시장 축소, 정부재정 악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일본경제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사시 일본에서 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매뉴얼이 시급하는 주장도 제기됐다.한국BCP협회 정영환 회장은 “일본 지진 등 대재난발생시 대규모의 일본 국민들은 가까운 한반도로 대피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매뉴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직기자 jjlee@di-focus.com

<저작권자 © 재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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