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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위험을 노동자가 직접 제동 걸 수 있는 법적 권한이 확대되고,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낸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안전조치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사업장은 영업정지를 넘어 사업등록 말소를 관계 행정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산업재해를 사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 발생 단계에서 작업을 중단시키고, 반복적인 사고에는 경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체계가 크게 바뀐다.
국회는 10월 1일 본회의를 열고 고용노동부 소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주요 과제들이 법률에 반영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작업중지 제도의 확대다. 앞으로 노동자와 근로자대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그러한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 사업주에게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 하청 노동자도 원청에 직접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다.
노동자 스스로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의 ‘급박한 위험’뿐 아니라 사고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까지 작업중지와 대피가 가능하도록 법률상 근거가 확대된다. 정부의 작업중지 명령 대상도 넓어진다. 기존에는 중대재해가 주요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근로자가 사고로 부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에 있거나 생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등에도 고용노동부장관이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
사업주가 안전조치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작업 재개를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된다. 안전난간 설치 등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면 시정이 완료될 때까지 작업을 재개할 수 없도록 했다. 반복적인 사망사고에 대한 제재도 한층 무거워진다.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동시에 2명 이상이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3년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두 차례 이상 받은 사업장이 다시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되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관계 행정기관에 사업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1년 동안 3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업주에게는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징수된 과징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에 귀속돼 산재 예방을 위해 사용된다.
건설현장의 비용과 공사기간을 둘러싼 안전관리 기준도 손질된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는 기존 건설공사 발주자 중심에서 도급인과 타 업종까지 확대된다. 특히 도급인이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는 사유에 폭염과 한파가 명확하게 포함된다. 기존에는 태풍·홍수 등 악천후와 전쟁·사변, 지진, 화재, 전염병, 폭동 등이 사유로 규정돼 있었다.
현장의 법 위반을 외부에서 발견하고 신고할 수 있는 장치도 추가된다. 산업안전보건법령이나 관련 명령 위반을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정부는 하위법령을 통해 구체적인 지급 기준을 정한 뒤 법 시행에 맞춰 포상금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노사정이 산업안전 정책을 함께 논의하는 상설기구도 만들어진다. 고용노동부에는 ‘안전한일터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장관이 맡고 노사 대표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등 20명 이내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계획 등 산업안전·보건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하게 된다.
안전인증 제도도 일부 완화된다. 안전인증 대상 기계 등을 수출 목적으로 수입하는 경우에도 인증 면제가 가능하도록 대상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행정·비용 부담을 줄이고 납품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된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제도별로 시행 시점이 다르다. 안전인증 면제 확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며, 안전한일터위원회와 신고포상금은 공포 3개월 후, 작업중지 범위 확대와 반복 사망사고 과징금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김영훈 장관은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고,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하면서, “지난해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발표한 주요 과제가 법제화된 만큼, 정부는 하위법령 정비 등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안전한일터위원회 구성·운영을 통해 안전 주체인 노사가 현장에서 산재 예방을 위한 역할과 책무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직기자
이정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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