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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수급 위기를 공식적으로 ‘비상 단계’로 끌어올렸다. 단순한 시장 불안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통제와 관리가 본격화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1일 관계부처 및 에너지 공기업들과 함께 ‘자원안보협의회’를 열고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위기경보를 동시에 상향 조정했다. 원유는 ‘주의’에서 ‘경계’로, 천연가스는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되며 4월 2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이어지는 4단계 체계에서 사실상 중대 위기 초입 단계에 해당한다. 특히 원유가 ‘경계’ 단계에 진입한 것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닌, 실제 물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격상의 직접적 배경은 중동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다. 정부에 따르면 3월 20일 마지막 유조선 입항 이후 10일 넘게 해당 항로를 통한 원유 도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중동 내 생산·수송시설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변동성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단순한 공급 불안이 아니라, 구조적 차질이 현실화됐다는 판단이다.
반면 천연가스는 아직 물량 확보는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난방비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어 선제 대응 차원에서 경보를 상향했다. 정부 대응은 명확하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이중 전략’이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원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신규 도입선을 확보하고, 해외 생산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도 병행한다.
또한 비축유를 활용한 ‘스와프 방식’도 도입한다. 민간이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정부 비축분을 먼저 제공하고, 이후 민간 물량으로 상환받는 구조다. 사실상 국가 비축자원을 시장 안정 장치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수요 억제 조치는 이미 시작됐다. 공공부문에서는 차량 5부제가 시행 중이며, 향후 민간까지 확산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 정책과 교통비 부담 완화 대책도 병행 추진된다. 전력 부문에서는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예정된 석탄발전 폐지 일정까지 늦추는 방안이 검토된다. 친환경 정책보다 ‘에너지 확보’가 우선순위로 밀려난 셈이다.
원유 도입 차질은 이미 석유화학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나프타 매점매석 금지,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 수입 단가 차액 지원 등을 통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석유제품 역시 공급망 전반을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된다. 시장 질서 유지도 강화된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통해 가격 담합이나 불법 유통이 적발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적 단계 조정이 아니다. 정부가 사실상 에너지 ‘전시 대응 체제’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공급 차질이 현실화된 가운데 가격 상승 압박까지 겹치면서, 향후 전기요금·난방비·유류비 등 전방위적 생활비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위기 경보 격상에 맞춰 한 단계 높은 대응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며, ”국민께서도 엄중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하여 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정직기자
이정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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