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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와 복합 재난에 대한 대응 체계가 한층 공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방당국이 초대형 화재 진압과 대규모 배수까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를 충청권에 전진 배치하면서, 국가 재난 대응 전략이 ‘신속 대응’에서 ‘압도적 선제 진압’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는 4월 1일 충남 서산에 위치한 화학구조센터에 대용량 포방사 시스템을 배치하고 즉시 출동 가능한 운용 체계로 전환했다. 해당 장비는 납품 이후 약 한 달간 집중적인 조작 훈련과 현장 적응 과정을 거쳐 실전 투입 준비를 마쳤다. 이 시스템은 대형 유류 저장시설 화재처럼 기존 장비로 대응이 제한적이던 상황을 겨냥해 설계된 통합형 진압 장비다. 대형 펌프와 수중 펌프, 방수포, 호스 회수 장비 등이 하나로 연결돼 작동하며, 물 공급부터 방수, 회수까지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하천이나 해수 등 외부 수원을 직접 끌어와 사용하는 방식으로 용수 제한을 사실상 해소했다.
성능 역시 기존 장비와는 차원이 다르다. 분당 최대 4만5천 리터의 방수 능력을 갖춰 단시간 내 대량의 물을 투입할 수 있고, 최대 110미터 거리에서 방사가 가능해 화염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진압이 가능하다. 이 장비의 도입 효과는 이미 현장에서 확인됐다. 과거 장시간 진압이 불가피했던 대형 유류 화재가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이다. 실제로 2018년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는 진압까지 17시간 이상 소요됐지만, 최근 울산 석유화학단지 화재에서는 해당 시스템 투입 이후 15분 만에 주불을 제압하고 약 3시간 만에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단순한 화재 진압을 넘어 활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침수 현장에서는 강제 배수 장비로 활용돼 구조 시간을 앞당겼고, 산업시설 화재와 지하차도 침수 대응에서도 핵심 장비로 투입됐다. 가뭄 상황에서는 장기간 대량 급수까지 수행하며 사실상 다목적 재난 대응 장비로 자리 잡았다.
소방당국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 대응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영남권에 이어 충청권 배치가 완료됐으며, 향후 호남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기동성을 강화한 중형급 장비의 국산화도 병행 추진 중으로, 주요 산업 거점을 중심으로 단계적 배치가 예정돼 있다.
김수환 중앙119구조본부장은 “기후 변화와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재난의 규모가 갈수록 대형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대용량·중용량 포방사방식(시스템)의 전국 대응망 확충을 통해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도 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압도적인 대응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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