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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화재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비판 속에, 소방당국이 20년 가까이 유지돼 온 화재조사 분류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급변한 산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기준이 정책 대응까지 지연시킨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다.
소방청은 시·도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꾸리고 화재조사 분류체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작업은 기존 통계 기준을 손보는 수준을 넘어, 화재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연계하는 국가 단위 통합 안전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현재 분류체계는 담배, 가스, 전기 누전 등 과거 중심의 단순 발화 유형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무인점포 등 신기술 기반 화재가 발생해도 대부분 ‘전기적 요인’으로 일괄 처리되는 한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고 원인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이에 따른 예방 정책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소방청은 개편 방향으로 세 가지 축을 제시했다. 우선 미국 방화협회(NFPA)와 일본 소방청(FDMA)의 선진 분류체계를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정밀 모델을 구축한다. 이어 전기차·ESS 등 신산업 분야를 별도 코드로 신설하고, 타 기관 통계와 연계해 데이터의 입체성과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화재정보시스템(NFDS)을 고도화해 건축물대장, 차량정보, 기상자료 등을 자동으로 연동하고, 향후 인공지능 기반 위험 예측 기능까지 확대한다. 이를 통해 수기 입력 중심의 비효율을 줄이고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김승룡 소방청장은 “화재조사는 소방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고, 국가화재정보시스템(NFDS)은 화재를 기록한 ‘실록’이며, 화재조사 분류체계는 화재가 올바르게 읽힐 수 있도록 하는 ‘강목’과 같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분류체계를 정립하여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이 완벽한 국가 화재의 실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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