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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연보전 정책의 좌표를 근본적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자연보전 분야 핵심 과제로 ‘한반도 생물다양성 회복과 가치 증진’을 제시하며, 자연을 규제 대상이나 보호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재생의 핵심 해법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연의 역할 강화 △사람과 야생생물의 공존 체계 구축 △지역을 살리는 자연 기반 혜택 확대 △환경영향평가의 신뢰 회복과 기술 고도화라는 네 축으로 구성됐다. 단순 보전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자연을 사회·경제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정부는 생태계 복원을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끌어올린다. 산업화 과정에서 훼손된 지역을 국가 주도로 복원해 탄소흡수 기능을 회복하고, 동시에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충남 서천의 옛 장항제련소 일대는 생태습지와 탄소흡수 숲으로 탈바꿈하고 탄소흡수원과 공동체 회복의 상징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민간의 역할도 확대된다. 기업이 기부나 참여를 통해 생태복원에 기여할 경우, 그 성과를 ESG 경영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연환경복원지원센터’가 올해 4월 문을 연다. 자연 보전이 비용이 아닌 기업 전략의 일부가 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아울러 정부는 2030년까지 보호지역과 자연공존지역(OECM) 30% 확보라는 국제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낸다. 금정산의 국립공원 신규 지정이 대표적 사례이며, 습지와 무인도 등 생태 가치가 높은 지역의 추가 지정도 검토된다. 규제 대신 협력을 기반으로 한 OECM에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민간 소유지의 참여도 확대한다. 기후와 자연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과학적 기반도 강화된다. 토지이용 정보를 활용한 탄소흡수량 산정 고도화, 습지 식생별 고유 탄소흡수 계수 개발,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분석한 국가 생태계 보고서 발간 등이 올해 처음 추진된다.
야생동물 정책 역시 전환된다. 정부는 곰 사육을 단계적으로 종식시키고, 남은 개체를 보호시설로 이전해 관리한다. 전시동물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저감을 중심으로 한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거점동물원 체계를 확장한다. 멸종위기종 관리 체계도 과학적 기준에 따라 정비된다. 지정과 해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인공증식 개체의 상업적 유통을 제한한다. 먹황새, 사향노루처럼 국내에서 사실상 사라졌거나 절멸 위기에 놓인 종의 복원 사업도 새롭게 추진된다.
도심 생태 갈등에 대한 대응도 강화된다. 러브버그 등 대량 발생 곤충은 초기 단계부터 지자체와 공동 대응하며, 법정 관리종 지정 등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멧돼지와 너구리 같은 도심 출몰 포유류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과 시민 안전 대책이 병행된다. 반달가슴곰 서식 지역에서는 주민과 탐방객을 위한 행동 수칙과 안전 물품 제공을 통해 공존 모델을 구축한다. 국가 생물안보 강화도 핵심 과제다. 안전성이 검증된 야생동물만 수입·유통되도록 관리 체계를 정착시키고, 위해 우려가 높은 외래 생물에 대한 사전 관리도 확대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에는 탐지견, 드론, 백신 개발 등 과학기술 기반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효과가 낮고 생태 단절을 유발한 울타리는 단계적으로 철거한다.
자연보전 정책은 지역 재생 전략으로 확장된다. 정부는 생태 보전과 휴양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국립휴양공원’ 제도를 도입하고, 국립공원 탐방시설을 전면적으로 고급화한다. 단순 관람을 넘어 고품질 생태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립공원 인근 마을을 중심으로 마을기업 육성과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도 추진된다. 인구 감소 지역 중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곳은 생태계서비스 촉진 구역으로 지정해 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생태관광 인증제를 통해 자연 보전과 지역 소득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를 만든다.
국립공원 안전 관리 역시 기술 중심으로 전환된다. IoT 기반 산불 조기 감지, 위성영상과 AI를 활용한 산사태·홍수 예측 시스템이 본격 도입된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투명성과 신뢰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대형 국가사업의 자연·생태 조사에서는 제3기관이 조사 업체를 선정하는 공탁제를 시범 도입해 이해충돌을 차단한다. 쪼개기 개발과 같은 편법 사례는 전수 조사 후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다. 평가 과정은 일부 공개에서 전면 공개로 전환되고, 계약 정보는 환경영향평가정보시스템에 의무적으로 등록된다. 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평가 시스템 개편을 통해 신속하면서도 정밀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등 국가 핵심 사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한다.
이채은 자연보전국장은 “생물다양성 손실은 기후위기와 함께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핵심 리스크”라며 “자연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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