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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이 실전에서 무용지물로 변하는 소방장비를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소방청은 11월 4일자로 승강식 피난기, 소방용 전선, 소화설비용 헤드의 성능인증 및 제품검사 기술기준을 대대적으로 개정·발령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현장에서 버티는 진짜 장비만 남기겠다”는 선언이다.
승강식 피난기는 건물 내부에서 탈출이 어렵거나 구조가 지연될 때 시민이 마지막으로 매달리는 생존 장치다. 그런데 이 장비가 오히려 속도 불안정, 내구성 부족 등으로 사고를 불러온다면 비상구가 곧 위험 통로가 된다. 이번 개정은 ▲손잡이 안전성 강화 ▲하강 속도 조절장치 내구성 상향 ▲내압시험·기밀시험·침전량시험 의무화 등이 새롭게 반영돼 하강 중 갑자기 속도가 빨라져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태를 원천 차단한다.
소방용 전선은 화재 발생 시 소화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숨은 생명줄이다. 전선 하나가 못 버티면 스프링클러, 소화펌프, 제어장치 등 모든 장비가 동시에 멈춘다. 개정된 기준은 ▲시험 방식에 국제 표준 도입 ▲고온 환경에서도 전원 유지 의무 명문화 등을 포함했다. 불길 속에서도 전선이 살아 있어야 설비가 작동하고, 설비가 작동해야 진압이 된다는 기본 원칙을 제도화한 것이다.
화재 시 약제를 실제로 뿜어내는 소화설비용 헤드는 실전성 그 자체다. 이 부품이 성능 미달이면 화재는 그대로 확산한다. 이번 개정에서는 ▲가스계 소화헤드 정의 신설 ▲성능시험 항목 확대 ▲표시 기준 강화 등으로 검증받지 않은 제품이 현장에 끼어드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이번 개정은 현장 장비의 품질 기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중요한 조치”라며 “소방장비는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만큼 지속적으로 기준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직기자
이정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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