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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와 전략의 수단

기사승인 2011.01.13  11: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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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와 영향분석

전략가는 전략 수립을 할 때 기획가정을 위해 미래를 예측하여야 한다. 기획가정이 틀릴 경우 전략목표와 개념 그리고 가용 수단은 당연히 틀릴 수밖에 없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웅변적으로 대변해주는 사례가 있다. 20세기 초 세계 석학들이 모인 로마클럽에서 예측한 내용 중에서 겨우 30 %만 맞췄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보통 사람의 수준에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예측은 가능한 한 정확히 하여야 한다. 가용한 모든 수단과 노력을 통해서 기획가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 가정을 통해서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개념을 설정하고 가용수단을 선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드시 검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일단 수립된 전략이 미래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이것은 정말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미래에 대한 문제는 사람마다 지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쉽게 공감대를 얻어내기가 어렵다.

여기에 2002년 동두천에서 있었던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당시 주한 미국대사 허바드씨와 당시 미 2 사단장 러셀 아너레이 장군의 증언을 살펴보자. 허바드 대사는 그의 회고록에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직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 된다" 고 하였다.

또한 같은 시기에 미 2 사단장이었던 러셀 아너레이 장군도 미국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술회했다. 지금 재난 전문가로 활동 중인 그는 "생존"이라는 책에서 "여중생 사망 사건 발생 후, 2사단의 입장을 발표하는 공보담당 소령에게 맡겼는데 이 장교는 사죄하는 태도가 아니라 해명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는 결국 한국인들에게 잘못된 메세지를 주게 됐고 전국적인 시위로 연결되었다. 그 때서야 내 실수를 깨달았지만 너무 늦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미 대사나 2사단장은 미국인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취급하였다. 여중생 사망사고는 하나의 교통사고일 따름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보상을 하면 된다” 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미 대통령도 지금껏 도와준 한국인데 그만한 일에 무슨 문제가 있겠나? 하는 생각을 하였음에 틀림없다. 그 이전 까지 한미관계는 미국은 시혜적 입장에 있었고 한국은 수혜적 입장에 있었기에 그러한 것이 별로 문제가 된 적이 별로 없었다.

여기에서 문제의 핵심은 그 대책이 몰고 올 파장을 분석했어야만 했다. 미국이 세계의 유일 강대국이라는 사실은 내면으로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였고 미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달리 한국인은 감성적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2002년의 상황은 민주화의 상징인 김대중 정권이었으며,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던 점을 반드시 유념했어야 했다. 민주당이 보수 세력과 대권을 두고 경쟁하던 시기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민주당에게는 한미관계를 강조하는 보수 세력을 공격하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여중생 사망 사건은 노무현 정권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오늘의 비극인 ‘전직 대통령이 자살’하는 전 세계적 유례가 없는 역사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영향 분석을 잘못한 결과가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자살이라는 비극적 사실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 속에 뿌리 내린 남남갈등은 엄청난 국부 손실을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를 치유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할 것 같다.

전략은 자연의 속도를 따라야

전략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그 중에서 중요한 요소는 전략을 수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대개 일을 도모할 때,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하거나 알았을 때는 이미 모든 사실이 기정사실화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전략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게 하려면 변화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자연의 변화속도에 맞추는 것이 가장 좋다.

 사람은 자연의 변화 속도에는 아주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변하는 듯 아닌 듯 하는 이러한 속도가 자연의 속도다. 자연의 속도는 균형이 잘 잡힌 속도다. 다르게 말하면 균형을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속도다. 그러니까 자연스럽다는 것은 곧 균형이 잡혀있다는 것이고 균형이 잡혀있다는 것은 사람이 편안하게 느끼는 상황이다. 이렇게 전략을 자연스럽게 운용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략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

2009년 미 연방법원은 20년 넘게 '착한 미국인'으로 살아온 치막(Chi Mak, 67세)씨를 스파이 혐의로 2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그는 1970년대 홍콩에서 중국정부로 부터 스파이 교육을 받은 후 미국에 가서 1985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후 20 여년을 완벽하게 동면한 후 미국의 신뢰를 얻은 후 스파이 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시민권을 얻은 뒤 LA교외에서 미 해군과 관련된 업체에서 착실히 일하면서 밤늦게 까지 일하는 모범적인 귀화 미국인 생활을 했다. 그는 1996년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신원조회를 통과한 후, 미 해군의 가장 민감한 기밀들에 접근할 수 있었다. 치막은 이 때 부터 부인 레베카와 함께 미 해군의 각종 기밀들을 복사해 중국 정부에 유출했다. FBI 는 2003 년부터 그를 수사대상에 올려 추적하다가 2005년 10월 출국하려는 그를 LA 공항에서 체포하였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장기 전략이다. 미 해군의 군사기밀을 빼 오기 위해 근 30 년 이상을 인내하고 참고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만만디 기질의 중국 국민성에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하게 신임을 얻어 군사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야 말로 전략가가 가져야할 덕목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빨리빨리 정신은 급속한 근대화를 이룩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대사를 도모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 국가적 관점에서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세워야할 장기 기획들이 별로 없거나 있어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너무 성급하다. 우리가 후발 국가에서 도약하기 위해서 선진국의 발전 내용을 카피하는 과정에서는 빨리빨리 정신이 진가를 발휘했을 수 있지만 이제 선진국으로 도약한 지금 선두에서서 발전을 추구하려면 보고 베낄 대상이 더 이상 없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발전해야 한다. 그러니 장기적 관점에서 기획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느긋함이 필요한 시기다.
전략가는 장기적으로 그 결과가 나타나는 시기를 예견하고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일들을 끈기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수순은 중요한 전략

수순이라는 말은 바둑에서 나오는 말이다. 바둑의 행마 시에 바둑돌을 어디 부터 놓는가를 이르는 말이다. 이를 다른 업무에 비유적으로 사용하여 수순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어떤 순서로 일을 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기계를 조립할 때에는 언제나 같은 순서로 조립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모르지만, 인간사에 있어서 일어나는 일은 그 상황이 워낙 복잡한 카오스 상태이기에 순서, 다시 말해서 수순은 그 일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순은 전략의 구성요소인 목표, 개념, 수단의 차원에서 보면 개념 단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에 해당하는 일부다. 시간을 기다리면 저절로 될 것을 먼저 서두르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는 기다리는 것이 전략이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그리 급할 것도 없는 것을 먼저 말을 꺼내는 바람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 갔을 때 상대방부터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르게 하고 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약간 비싼 것을 고르더라도 갈등이 적다.

어떤 사안을 설명할 때에도 평상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서론, 본론, 결론에 도달하여 절차를 중시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긴박한 상황에서는 결론부터 설명하고 거꾸로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유나 경위를 설명하는 것이 옳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 사안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 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최선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수순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는 상대와 경쟁관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유혹 그 찬란한 전략적 수단

만물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유혹을 한다. 꽃은 종족 번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화려한 색갈이나 향기로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들의 양식인 꿀로서 깊숙이 유혹하여 벌과 나비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과정에서 일어나는 활동으로 꽃을 수정하게 한다.

어쩌면 이것은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모범적인 간접접근 전략이다. 꽃은 벌과 나비가 그들이 원하는 꿀을 얻기 위해서는 꽃의 암술과 수술사이를 헤집고 다녀야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적인 행동에 의해서 꽃가루 수정이 되게 만들었으니 이것은 전략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최상의 전략 모델이다.

즉, 벌과 나비는 원하는 꿀을 얻고 꽃은 종족 번식에 꼭 필요한 꽃가루 수정을 한다. 서로가 이익을 보는 전형적인 윈/윈 모델이다. 서로 간에 이득이 되는 행위가 서로가 원해서 하는 행동 모델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욕구는 목표로 대치될 수 있다.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유혹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유혹은 무엇으로 어떻게 하느냐이다. 유혹을 하기 위해서는 유혹의 대상이 좋아하는, 다른 말로 끌리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게 매력이다. 상대가 끌리는 매력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모두가 원초적 본능인 종족 번식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서 성적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온 것이다. 인간세계에서 패션이란 기본적으로 성적 매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발전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사람의 범주로 좁혀오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성적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강렬하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본능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상위 욕구도 있기 때문에 약간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육체적 수단으로의 유혹을 위한 노력에 부가하여 언어적 유혹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육체적 매력 못지않게 상대를 유혹하는 수단으로서 말을 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세기의 미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클레오파트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미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언변술로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였던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이 호감을 가지는 태도, 사상, 생각 등도 상대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의 수단이다. 물론 돈이나 권력 역시 상대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의 수단임은 말할 것도 없다.

   
   김진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예비역 육군 소장

 
 
그러니 부정적 측면에서의 유혹을 위한 매력 수단이 있고 긍정적 측면에서의 유혹을 위한 매력 수단이 있다.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상대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의 포인트를 개발하는 것은 인간의 역사를 그대로 관통한다.
결론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혹을 해야 하고 유혹을 하려면 상대가 끌리는 매력의 포인트를 개발해야한다. 그러므로 유혹은 전략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의 수단이다.







김진항 재난안전실장

<저작권자 © 재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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