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 철색선 넘어와도 나몰라라
동부전선에서 철책선을 넘어 노크 귀순을 한 사건이 군 전체를 발칵 뒤집었다. 일반 북한병사가 3m 높이의 윤형 철책선 4개를 12분만에 뚫고 수많은 지뢰가 있는 동부전선을 그냥 넘어왔지만 주변 경비대와 군시설 등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만약 무기를 소지하고 불순한 의도로 들어온 병사였다면 동부전선 일대가 북한군 1명으로 쑥대밭이 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위기관리경영 - 이정직기자>
아무도 몰랐던 노크귀순

최근 들어 두 번의 귀순사건이 있었다. 한사람은 서부전선에서 17세 북한군이 상관 두명을 살해하고 귀순한 사건이었으며 또 하나는 동부전선에서 철책선을 넘어 노크귀순을 한 사건이다. 문제는 동부전선 사건이 다시 알려지게 되면서 부터다. 보통의 일반 북한병사가 3m 높이의 윤형 철책선 4개를 12분만에 뚫고 수많은 지뢰가 있는 동부전선을 그냥 넘어왔다는 것이다. 특히나 문제되는 것은 이 병사가 철책선을 모두 넘고 주변 경비대와 군시설 등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귀순을 할 마음으로 왔기에 다행이지 만약 무기를 소지하고 불순한 의도로 들어온 병사였다면 동부전선 일대가 북한군 1명으로 쑥대밭이 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군 당국이 이 사실을 제대로 알린 것이 아니라 CCTV를 통해 북한군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귀순 처리했다고 거짓발표를 한 것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CCTV까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군은 건국 이래 무려 14명의 장성들이 강등되는 가장 큰 문책이 벌어졌다.
북한군 ‘노크귀순’ 경계태세 소홀 상황보고 혼란 등 책임
10월 15일 국방부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북한군 ‘노크귀순’ 당시 경계태세 소홀과 상황보고 혼란 등의 책임을 물어 합참과 1군사령부, 8군단, 22사단 등의 관련자를 대대적으로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단장인 이영주 해병소장은 “북한군 귀순 사건과 관련해 명백한 경계작전 실패이자 상황보고 체계가 부실했다는 것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면서 “잘못이 드러난 상위 계급자 위주로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해 문책키로 했다”고 전했다. 문책 대상자는 중장 1명과 소장 2명, 준장 2명 등 장성 5명과 대령 5명, 중령·소령 각 2명 등 영관장교 9명으로 총 14명이다. 이는 GOP(최전방초소) 경계작전태세 허점 등을 이유로 군에서 취한 문책조치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국방부는 북한군 병사가 ‘노크귀순’한 소초의 상급부대인 22사단에 대해서 경계태세 소홀 책임을 물어 조모 사단장(소장)과 김모 연대장(대령)을 보직해임하고 육군본부 징계위원회에 넘겼다. 정모 대대장(중령)은 보직해임과 함께 수사 의뢰했다. 합참에 대해서는 상황보고 혼선 등의 책임으로 신모 작전본부장(중장)과 엄모 작전부장(소장), 구모 작전1처장(준장), 지휘통제팀장(대령) 2명 등 5명을 국방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또 1군사령부의 작전라인 준장 1명과 대령 1명을 비롯해 8군단의 작전담당 대령 2명 등은 상황보고 혼선 책임을 물어 육군본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육군본부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군인은 모두 1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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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5년까지 모든 전방사단에 구축키로 한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설치를 앞당기기로 했으며 내년까지 3개 전방사단에 설치키로 했다. 국방부는 22사단 소초 출입문 상단에 설치된 CCTV 하드를 복구한 결과 상황 발생 4시간 전에 날짜를 잘못 입력한 기록을 찾아냈으며 녹화 파일을 삭제한 흔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을 통해 이번 사건을 조사한 데 이어 국방부 정덕환 감사관을 단장으로 감사관실과 조사본부 수사관 등 37명으로 편성된 합동조사단을 투입해 재조사했다고 덧붙였다.
‘북한군의 노크귀순’사건 도마위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도 ‘북한군의 노크 귀순’사건이 도마위에 오르며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군 당국의 허위보고 논란도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안규백 민주통합당 의원은 “노크귀순사건으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2008년이후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북한에서 귀순한 사건이 8건이나 된다”며 “이같은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질책했다. 안 의원은 “노크귀순사건처럼 허위보고문제 가능성도 커 사건을 다시 조사해 신상필벌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김형태 의원은 “22사단에 대한 노크귀순사건으로 9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는 군 내부적으로 대규모 징계수준이며, 군 지휘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 의원은 “징계수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벌백계는 철저해야 한다”며 “고위 책임자를 문책하고 이번 사건이 재발되지 않게 철두철미한 정신무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22사단은 넓은 경계지역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단이다. 해안초소에서 경계병들이 원칙대로 근무해도 50여분간 공백이 발생한다”며 “이는 언제든지 노크귀순 같은 사건이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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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재발할 때는 허위보고로 군 신뢰를 떨어뜨리지 말고 사실 그대로 전달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은 “북한군 귀순과 관련해 군이 허위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일부에서 CCTV로 북한군의 신병을 확보했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이같이 허위보고를 했다는 주장이 있다”고 비난했다.
“귀순병 철책을 넘은 것이 아니라 자르고 들어왔다” 괴담
이같이 경계는 물론 보고에서도 허점을 드러낸 군에 국민은 실망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배신감을 느낀 것은 합참의장이 진작 노크귀순을 알고서도 시치미를 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계작전 실패는 군 최고지휘관으로서 숨기고 싶은 치부다. 노크귀순 사건이 남긴 건 무엇보다 군에 대한 불신이다. 군을 믿을 수 없으니 “귀순병은 철책을 넘은 것이 아니라 자르고 들어왔다”는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안보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우리 군에 국민의 안전보다 자기 보신에만 급급하다는 따가운 비판을 어떻게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멍 난 안보와 이에 대한 위기관리대응 능력이 얼마 허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직기자 jjlee@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