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_right_top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재생에너지 보급까지 확대되면서 송전망 확충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국가 전력망 구축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신규 철탑을 대폭 줄이고 주민 밀집지역 지중화를 확대하는 한편, 송전망 주변 마을에 직접적인 소득이 돌아가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월 15일 김성환 장관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송전망 건설 수용성 제고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주민들은 송전망 입지 선정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의견수렴도 부족하다며 주민 참여와 실질적인 보상 확대를 요구해 왔다. 정부는 우선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새로 세워야 하는 철탑 자체를 줄이기로 했다.
기존 2회선 선로와 새로 설치하는 2회선 선로를 각각 별도의 철탑에 설치하는 대신 하나의 철탑에 4회선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별도로 계획된 신설 선로 역시 하나의 철탑에 통합할 수 있는지를 우선 검토한다. 현재 추진 중인 국가기간망 사업에 이 같은 선로 통합을 최대한 적용할 경우 개별적으로 철탑을 설치하는 방식보다 신설 철탑을 약 4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감축 예상 규모는 2,214기에 달한다.
정부는 앞으로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할 때 기존 선로와 통합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송전망 확충에 필요한 시설은 유지하면서 지역에 들어서는 신규 철탑 수를 줄여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송전선로를 땅속에 설치하는 지중화도 확대한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국가기간망 지중화에 대한 국가재정지원 등을 활용해 주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중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장성군 주민 밀집지역과 대전 유성구, 군산·청양, 세종·청주 등이 우선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여러 송전선로가 한곳으로 집중되는 신규 345kV 변전소의 인출 구간도 지중화를 우선 적용한다. 해당 구간은 약 2km 내외로 계획된다. 송전망을 받아들이는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따라 경과지역 지방정부에 지급되는 지원금 20억원/km를 활용해 송전망 주변 마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계통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내 전력망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지방정부에 지급되는 지원금의 3분의 2를 전력망 주변지역 마을의 태양광 설치에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가기간전력망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많게는 세대별 연간 300만원 수준의 소득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전망 입지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주민 참여가 확대된다. 정부는 입지선정 초기부터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도록 의무화하고, 입지선정위원회의 사업설명회도 기존 2차례에서 3차례로 늘리기로 했다. 주민들이 입지선정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회의 참관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입지선정위원회에 참여해 회의 운영 과정을 살피고 민주적인 절차가 이뤄지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후보 경과대역도 원칙적으로 2개 이상 제시해 주민대표들이 입지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힌다.
송전망이 실제 건설되는 단계뿐 아니라 국가 전력망 계획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부터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도 강화된다. 정부는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열어 송전망 건설의 필요성을 점검하고,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함께 수렴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력망은 에너지 대전환과 첨단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기반시설” 이라며,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나누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필요한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해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고창 주민들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변전소 유치를 스스로 결정한 사례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실질적인 지역 혜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라며, “전력망 확충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민과의 상생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저작권자 © 재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