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_right_top
겨울철을 앞두고 가축전염병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1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데 이어 중국과 몽골에서는 국내에서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구제역(SAT1형)이 발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야생멧돼지 검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혈장단백 유래 사료라는 새로운 전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가축전염병 특별방역 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고병원성 AI와 구제역, ASF에 대한 방역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올해 1~8월 해외 야생조류에서 확인된 고병원성 AI는 2,9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2건보다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겨울 산란계 농장에 AI 발생이 집중되면서 전체 62건 가운데 절반인 31건이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1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대형 산란계 농장이 17건으로 전체 산란계 발생의 55%를 차지했다.
구제역은 기존 O형 재발 위험에 더해 새로운 유형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방역 부담으로 추가됐다. SAT1형은 올해 3월 중국에서 2건, 5월부터 8월까지 몽골에서 3건이 발생했다. ASF 역시 올해 1~3월 24건 발생 이후 추가 발생은 없지만 야생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농장 유입 차단이 주요 방역과제로 제시됐다.
AI 방역은 철새 단계부터 농장 내부까지 위험경로를 끊는 방식으로 강화된다. 정부는 특별방역기간이 시작되기 전인 9월부터 철새 조기경보체계를 가동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철새를 조사하고 농장 주변 철새 개체수가 증가하는 등 위험징후가 나타나면 ‘철새정보 알림시스템’을 통해 해당 농장에 경보를 전달한다. 철새도래지는 소독 차량과 드론을 활용해 관리하고 축산차량이 도래지 주변을 통과하지 않도록 280개 구간을 출입통제 구간으로 지정한다.
농장 내부의 유입경로도 단계별로 관리한다. 지역 거점소독시설에서 시작해 농장 입구, 축사로 이어지는 3단계 방역체계를 운영하고 차량과 사람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특히 대형 산란계 농장에는 한 단계 더 강화된 방역체계가 적용된다. 가축 상하차반이나 백신 접종반처럼 농장을 자주 출입하는 인력은 7일 전에 사전 등록하도록 하고 이동동선과 출입정보를 관리한다.
출입통제에도 디지털 기술이 투입된다. 대형 산란계 농장과 밀집단지 등을 대상으로 새벽 시간대까지 출입차량을 감시할 수 있는 무인통제초소를 약 100곳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2027년부터는 출입통제와 소독, 기록관리, 조기탐지, 스마트진단을 하나로 묶은 ‘방역 인공지능 전환(AX) 통합패키지’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과거 발생 이력이 있는 지역은 방역 강도를 높인다. 최근 10년 동안 AI가 발생한 95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축산농가 분포와 축산차량 이동경로, 철새도래지와의 거리 등 지역별 위험요인을 반영한 맞춤형 방역대책을 적용한다.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산란계 밀집단지 12곳은 현장조사와 전문가 컨설팅을 토대로 단지와 농장별 강화 방역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겨울 AI 발생이 많았던 평택·화성과 천안 서북부 지역도 밀집단지 수준으로 관리한다. 3년 연속 AI가 발생한 김제에는 사육밀도를 낮추고 출입차량 이동동선을 지정하는 별도의 관리대책을 시행한다. AI가 농장이나 야생조류에서 확인될 경우에는 즉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다. 전국 대책 상황실을 가동하고 전국 일시이동중지 등 범정부 대응체계로 전환한다.
가축 처분은 전파 위험도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한다. 정부는 2주마다 위험도를 평가하고, 밀집단지처럼 확산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발생하면 사전에 구성한 위험평가단을 즉시 가동해 처분 범위를 정할 계획이다. 처분된 농가의 재입식도 관리한다. 최근 3년 동안 두 차례 이상 발생한 지역에서 AI가 확인된 농장은 매주 한 차례 점검 등을 거친 뒤 재입식을 허용해 재발 위험을 낮추도록 했다.
방역 우수농장에는 방역물품 지원과 예방적 가축 처분 등 방역조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위험도가 높은 농가는 자체점검과 농가 지도를 병행하고, 산란율 저하 등 이상징후를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는 스마트 앱도 올해 안에 개발해 보급한다. 외국인 근로자 증가에 대응해 여러 언어로 된 방역교육도 실시한다.
구제역은 새로운 유형의 유입과 기존 유형의 재발을 동시에 차단한다. SAT1형에 대해서는 고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사전접종을 실시한다. 인천·경기·강원 접경지역 농장과 종축은 지난 7월 5일 사전접종을 마쳤으며, 준위험지역 28개 시·군에도 2027년 초까지 접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새로운 유형이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2027년까지 소 등 우제류 전체를 두 차례 접종할 수 있는 3,200만 마리분의 백신도 비축한다. 이 가운데 SAT1형 백신 1,000만 마리분은 올해 말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기존에 발생했던 O형 구제역에 대해서는 백신접종 관리와 예찰을 강화한다. 접종을 누락했거나 차단방역이 미흡한 소 농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소 이력관리시스템과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을 연계해 농장별·개체별 접종 이력을 관리한다.
기존 발생지역과 접경지역에서는 주기적인 예찰과 추가접종을 실시하고 매주 한 차례 임상검사를 진행해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ASF는 야생멧돼지와 사료, 해외 유입이라는 세 가지 위험경로를 중심으로 관리한다. 올해 1~8월 야생멧돼지 ASF 검출 건수는 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전체 검출 건수의 74.6%인 147건이 화천·춘천·충주·포천·가평에 집중된 만큼 해당 지역에는 열화상 드론과 차량, 탐지견, 수색반을 투입한다.
새롭게 야생멧돼지 ASF가 확인된 울산과 고령에는 포획 트랩 150개를 설치하는 등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추진한다. 농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전파경로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돼지 혈액으로 만든 혈장단백 유래 사료가 ASF 전파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전국 도축장 64곳의 출하돼지와 혈액저장소 36곳의 시료를 검사한다. 오염된 혈액이 사료 원료로 공급되는 것을 차단하고 혈장단백 유래 사료의 제조공정 관리도 강화한다.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경로도 관리한다. ASF 발생국가에서 들어오는 항공노선에는 엑스레이 일제검색과 탐지견을 집중 투입하고, 외국 식료품점 등 유통단계에 대한 단속 횟수도 기존 연 2회에서 4회로 늘린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입국과 취업 단계에서 방역수칙을 교육해 오염원이 농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이동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올해는 해외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증가, 구제역에서 새로운 유형의 아시아 발생 등으로 위험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산란계 농장 등 고위험 농장과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관리해 나가고, 발생 시에는 전파 위험도를 고려한 신속한 대응으로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철새와 야생 멧돼지 등 외부요인,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 한정된 정부 방역 인력과 자원 등으로 가축전염병 발생과 유입을 차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축산농가, 생산자단체, 국민 모두가 차단 방역에 함께 하여 주실 것”을 당부하였다.
이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추석 명절 기간과 전후에 사람과 차량 이동 등으로 인해 가축전염병이 전파될 우려가 있으므로 철새도래지, 축산 농장 방문을 자제하여 주시고, 축산농가에서는 무엇보다도 차단방역이 중요하므로 항상 농장 출입 차량 통제·소독, 장화 갈아신기 같은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저작권자 © 재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