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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재난부터 기후위기, 인공지능 기반 질병관리까지 포괄하는 국가 보건안보 전략을 공식화했다. 질병관리청은 12월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대통령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를 목표로 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질병청은 이번 보고에서 새로운 감염병 재난에 대비하는 한편, 국민의 일상적 건강위협을 관리하고 기후변화 등 미래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감염병 대응을 단기 방역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상시 위기관리 체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25년 성과로는 국가 보건안보 역량이 국제적으로 공인됐다는 점이 가장 먼저 제시됐다. 질병청은 WHO 합동외부평가(JEE)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보건안보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세계 최초로 재조합 단백질 탄저백신을 개발·상용화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백신을 국내 생산·비축 체계로 전환했다. 이는 팬데믹과 생물테러까지 염두에 둔 국가 대응 역량의 질적 전환이라는 평가다.
겨울철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해서는 정부·민간 합동대책반을 통해 선제 관리에 나섰고, 사람·동물·식품·환경 전 분야를 포괄하는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수립해 항생제 내성 문제를 구조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희귀질환 분야에서도 의료비 지원 절차 개선, 등록사업 본사업화, 실태조사 실시 등을 통해 환자 지원 기반을 확대한 점이 강조됐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도 본격화됐다. 폭염·폭우·산불 등 기후재난 발생 시 지역별 보건·의료 수요를 파악하는 ‘기후재난 보건응급조사 매뉴얼’을 제정했고, AI를 활용한 감염병 감시와 질병관리 혁신을 위한 공공AX 프로젝트도 착수했다. 예방접종 분야에서는 소아 폐렴구균 신규 백신 도입과 함께 청소년 인플루엔자·HPV 백신 접종 확대 계획도 제시됐다.
질병청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10대 중점 과제를 추진한다. 감염병 위기대응체계를 팬데믹형·제한전파형 등 유형별로 고도화하고, 방역·의료·사회 대응을 통합한 전주기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격리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감염병 특성에 맞춘 맞춤형 의료 대응체계로의 전환도 포함됐다. 백신·치료제 분야에서는 코로나19 mRNA 백신 국산화를 목표로 국가 백신 자급 전략을 추진하고, AI 기반 신속 치료제 개발 플랫폼과 감염병 임상 연구를 총괄하는 전문기관 설립도 예고했다. 진단 인프라는 비수도권까지 확대해 공공·민간을 아우르는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질병청은 아시아·태평양 감염병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국형 보건위기 대응 모델을 세계로 확산시키고, 항생제 내성까지 포함한 글로벌 보건안보 인력 양성에도 나선다. 국민 일상과 직결된 호흡기감염병, 결핵, 의료관련 감염, 희귀질환, 노쇠·만성질환 관리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서는 온열질환 정보를 ‘발생 통계’에서 ‘예측 정보’로 전환하고, AI 기반 매개체 감시를 확대해 모기·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확산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AI·데이터 중심의 질병관리 빅데이터 구축과 바이오헬스 연구 강화로 미래 보건기술 선도도 함께 추진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새 정부의 감염병 방어전략을 구체화해 빈틈없는 방역태세를 구축하겠다”며 “데이터 과학에 기반한 정책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질병관리청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보고는 질병관리청이 단순 방역기관을 넘어, 국가 보건안보의 핵심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재정의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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