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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서 시작된 균열은 결국 도로를 무너뜨렸다. 1명의 사망자를 낸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가 단순 시공 문제가 아닌, 설계·감리·시공 전 과정의 총체적 실패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광명시 일직동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2아치 터널 붕괴 사고에 대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공개했다. 사고는 공사 중이던 지하 터널이 붕괴되며 상부 도로까지 함몰된 대형 재난으로 이어졌다. 조사 결과 핵심 원인은 ‘치명적인 설계 오류’였다. 터널 구조의 핵심인 중앙기둥 설계에서 실제보다 하중을 약 2.5배 낮게 계산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했다. 기둥 간격이 있는 구조임에도 이를 연속 구조로 잘못 가정하면서, 구조물 자체가 버틸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반 리스크까지 겹쳤다. 사고 구간에는 지반 강도를 약화시키는 단층대가 존재했지만,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터널 굴착 과정에서 필수적인 ‘막장 관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부는 사진으로 대체되는 등 기본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한 단계에서 끝나지 않았다. 설계 검토를 맡은 감리 단계에서도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고, 시공사 역시 설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공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공사 중 설계 변경이 있었음에도 구조 안전성 재검토 없이 기존 설계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관리 부실도 심각했다. 안전관리계획에 따른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기 안전점검조차 수행되지 않은 기간이 존재했다. 터널 중앙기둥의 균열을 기록하고 관리해야 하는 기본 절차도 누락됐으며, 구조 변형의 전조 신호를 감지할 기회조차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시공 과정에서 설계 기준을 임의로 변경한 사실도 드러났다. 터널 굴착 순서를 바꾸면서 구조적 안전성을 검토하지 않았고, 좌우 터널 굴착 깊이 차이도 기준을 크게 초과했지만 이에 대한 보고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 점검에서는 법 위반 사항도 확인됐다. 기술자 자격 미달, 안전점검 미이행, 시공 순서 변경 후 안전성 검토 누락 등 다수 위반이 적발됐고, 일부 공정에서는 발주자 승인 없이 재하도급이 이루어진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관련 업체들에 대해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 책임까지 묻는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동시에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지반조사 간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터널 안정성 해석 시 3차원 분석을 의무화하는 등 설계 단계부터 기준을 강화한다. 시공 단계에서는 중앙기둥 균열 감시와 계측 관리도 의무화된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실수가 아닌 ‘시스템 실패’로 규정된다. 설계 오류, 감리 부실, 시공 관리 붕괴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재난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사조위 조사결과를 관계부처, 지방정부 등에 통보하여 사고사례 전파, 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설계 과실, 시공 및 감리 부실 등에 따라 설계사·건설사·감리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등을 추진하는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법령 의무위반 등 형사처벌 사항에 대한 엄정 조치를 위해 경찰, 노동부 등 수사기관에 조사결과 일체를 공유하는 등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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