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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의 반복 구조가 데이터로 드러났다. 정부가 수천 건의 사고를 분석해 고위험 요인을 공개하며 ‘예측 가능한 사고’에 대한 현장 책임을 정면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더 이상 몰랐다는 이유로는 산업재해를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4월 2일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작업과 위험 요인을 정리한 분석 자료를 산업안전포털과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공개했다. 이번 자료는 최근 8년간 발생한 6,000건 이상의 사고를 기반으로, 업종별 사고 유형과 원인, 예방 대책까지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제조업에서는 ‘정비 중 사고’가 가장 치명적인 패턴으로 확인됐다. 설비를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이나 청소, 부품 교체를 진행하다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는 작업 절차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비정형 작업에서 특히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사고는 예방 방법이 명확하다. 설비를 완전히 정지시키고, 다른 작업자가 임의로 기계를 작동시키지 못하도록 잠금장치와 경고표지를 설치하는 기본 조치만 지켜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 결국 ‘알면서도 생략된 안전’이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상황이 다르지만 구조는 유사하다. 지붕이나 외부 마감 작업 중 추락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특히 파손되기 쉬운 지붕재나 채광창을 밟고 떨어지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 역시 추락방호망이나 안전대 같은 기본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고를 유발한 주요 설비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제조업에서는 지게차와 중량물, 사다리, 크레인 등이 주요 위험 요소로 나타났고, 건설업에서는 비계와 고소작업대, 취약한 지붕재, 사다리가 주요 사고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장비일수록 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단순 통계가 아니라, 개별 사고 사례마다 원인과 대응 방안을 포함한 ‘실전 참고서’ 형태다. 사업장에서는 이를 활용해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고, 작업 전 안전 점검 회의나 교육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현장에서는 해당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반 위험 예측 시스템 학습 자료로 활용해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공개를 계기로 ‘데이터 기반 자율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개선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동시에 사고 예방 책임을 사업장에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실제 사고사례 정보를 활용하여 사업장 스스로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데 적극 활용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하면서, “앞으로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안전보건정보 제공을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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