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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행자 중심의 교통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정책 전환에 나선다. 기존 차량 흐름 위주의 도로 관리에서 벗어나, 생활도로와 무신호 횡단보도 등 사고 취약 구간을 중심으로 사람 중심의 안전 관리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정책 연구를 통해, 도내 보행 안전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AI 기술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는 고령 인구 비중 확대와 함께 폭우·폭설 등 기후 리스크가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보행자 안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차량과 보행자가 혼재하는 주택가 이면도로와 생활도로는 사고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신호체계와 안전시설 설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관리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5년간 경기도 내 보행자 교통사고는 4만 건을 넘어서며, 증가 속도 또한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보행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체감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도민들은 특히 기상 악화 시 보행 위험을 줄여주는 기술과 노후 보행 환경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정책 연구에서 제안된 AI 기술은 사고 발생 이후 대응이 아닌,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행 약자를 위해 단차 없는 이동 경로를 안내하거나, 고령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경우 보행 신호 시간을 자동으로 연장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야간에는 보행자를 인식해 밝기를 조절하는 스마트 가로등과, 골목길 사각지대에서 차량 접근을 경고하는 시스템도 포함됐다.
이 같은 기술 도입을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행정 체계가 필수 조건으로 제시됐다. 경기도(도지사 김동연)는 CCTV 영상과 교통·보행 관련 데이터를 표준화해 개방함으로써,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이 AI 보행 안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울러 기술 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작동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AI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AI 보행안전 윤리위원회’ 설치와 관련 조례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책임자인 빈미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의 보행 안전 대책이 사고가 난 뒤에 수습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막는 ‘선제적 예방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며, “특히 교통약자와 생활도로의 특성을 고려한 경기도만의 맞춤형 기술을 도입해 모든 도민이 어디서나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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