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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과 한국언론학회가 신종감염병 대유행 시 허위정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 협력 모델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감염병 위기 국면에서 정보 혼란,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이 국민 행동과 사회적 피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과 한국언론학회(학회장 정성은)는 정책연구 「신종감염병 인포데믹 대응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협력 모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김경희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전 한국언론학회장)가 책임을 맡았다. 인포데믹은 감염병 관련 정보가 과잉 확산되면서 정확한 정보와 허위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미 인포데믹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연구들에 따르면, 감염병 허위정보에 노출된 사람들은 예방수칙 준수율이 낮아지고 예방접종을 미루는 경향이 확인됐다.
허위정보로 인한 행동 변화는 직접적인 인명·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 존스홉킨스 보건안전센터는 백신 거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하루 최소 5천만 달러에서 최대 3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학술협의회 역시 허위정보로 인해 9개월간 최소 2,800명의 예방 가능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팬데믹 대비 과정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는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연구진은 네이버, 카카오, 인스타그램, 틱톡 등 포털과 SNS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 환경을 가정해, 정보가 동시에 확산되는 현실을 반영한 ‘다층 네트워크 기반 확산 모형’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은 디지털 플랫폼의 네 가지 핵심 대응 조치, 즉 ▲정정 콘텐츠 확산 ▲허위정보 콘텐츠 조기 차단 ▲허위정보 알고리즘 노출 하향 ▲허위정보 주요 확산자 제한의 효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정정 콘텐츠 확산’과 ‘허위정보 콘텐츠 조기 차단’은 단독 시행만으로도 감염병 허위정보 확산을 상당 수준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허위정보 알고리즘 하향’과 ‘주요 확산자 제한’은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는 기여했지만, 전체 확산 규모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플랫폼 참여 범위에 따른 효과 차이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가상의 디지털 플랫폼 5개를 설정해, 모든 플랫폼이 동시에 대응 조치를 시행하는 경우와 일부만 참여하는 경우를 비교했다. 그 결과, 5개 플랫폼이 일괄적으로 대응할 경우 허위정보 확산 억제 효과가 가장 컸다. 반면 2~3개 플랫폼만 참여할 경우에는 ‘무대응’ 상황과 큰 차이가 없게 나타나, 전면적이고 동시적인 플랫폼 참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인포데믹 발생 시 최우선 대응 조치로 ‘정정 콘텐츠 확산’과 ‘허위정보 콘텐츠 조기 차단’을 권고했다. 이후 단계에서 알고리즘 노출 조정과 주요 확산자 제한을 병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제언도 내놨다.
다만 연구진은 해당 모델이 이론적·이상적 대응 시나리오임을 전제로,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기술적 한계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허위정보 판단의 모호성, 플랫폼 기업의 운영 부담 등 복합적인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지난 11월 6일 ‘감염병 인포데믹 대응을 위한 위기소통 협력 포럼’을 열어 디지털 플랫폼, 의료계, 학계와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용자 제재에 대한 플랫폼의 부담과 알고리즘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전문가들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제도 기반의 적극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사후 대응’ 중심에서 ‘평시 선제 예방’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감염병 허위정보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국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며 “디지털 플랫폼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인포데믹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와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심해영기자
심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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