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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최근 조사 결과는 직장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숨은 폭탄을 드러냈다. 근무 환경과 근무 시간이 급성심장정지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급성심장정지 발생 건수는 2013년 2만9,356건에서 2023년 3만3,58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매년 3만 건 이상, 하루 평균 90건꼴로 누군가의 심장이 멈추고 있는 셈이다.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의 정책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는 일반인보다 심장정지 발생 가능성이 무려 22.6배 높았다. 심근경색(8.55배), 부정맥(2.79배), 뇌졸중(2.85배), 당뇨병(1.63배), 고혈압(1.55배) 역시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질환보다 더 무서운 요인은 직장 환경이다. 야간·저녁 근무, 과도한 연속 근무가 심장정지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외 연구에서는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일반적인 근무자(7~9시간)보다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1.63배 증가한다고 보고됐다. 장시간 노동이 심장을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 작동하는 셈이다.
질병관리청은 심장정지 예방을 위해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직장 내 건강한 근무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금연, 주 1회 이상 운동, 하루 6~8시간 수면, 과일·채소 섭취, 붉은 육류 줄이기 등 일상적 관리와 함께, 직장에서는 과도한 연속 근무 자제, 야간근무 최소화, 충분한 휴식 확보가 필수라는 것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급성심장정지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지만, 생활습관과 근무 환경을 개선하면 예방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직장 내 건강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안전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근로자의 심장 건강도 챙겨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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