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_right_top
고용노동부가 15일 ‘사고 없는 일터, 안전 대한민국’을 기치로 내건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산업재해가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사실상 범부처 역량을 총동원해 안전대책을 새로 짠 것이다. 이번 대책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단순히 고용노동부 중심의 기존 산재 감축 대책을 뛰어넘어 사고의 근본적·구조적 원인 차단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는 “현장 체감형 대책”임을 강조하며 노·사·전문가·관계부처와 이행 상황을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산업재해 취약지대를 정조준했다. 10인 미만 영세사업장과 50억 미만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추락·끼임 사고 예방 설비 지원을 대폭 늘리고(433억 원), AI 기반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370억 원)도 확대한다. 외국인 노동자 사고가 급증하는 현실을 반영해, 사망사고 발생 사업주는 외국인 고용을 최대 3년간 제한한다. 동시에 숙련된 외국인을 ‘안전리더’로 지정해 현장 교육을 맡긴다. 최근 배달기사·퀵서비스 기사 등 특고 종사자,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희생이 늘고 있는 만큼, 보험·교육·작업환경 개선을 의무화하고 예산(30억 원)을 투입한다.
노사 구조적 취약점도 정면으로 손본다.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공사기간 확보 의무를 부여해 안전비용 전가를 원천 차단하고, 부당 특약에는 과징금을 상향 조치한다. 폭염 등 기상재해도 공사기간 연장 사유에 포함시켜 노동자 보호를 강화한다. 또한 작업중지권과 시정요구권이 신설된다. 노동자가 위험을 감지하면 사업주에 중지를 요구할 수 있고, 행사 요건도 완화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는 원·하청 노사가 모두 참여해 자체 안전규범을 만들도록 했다.
안전 규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경제적 제재와 금융·조달시장 제약을 동시에 강화한다. 연간 3명 이상 사망 시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건설사는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를 늘린다. 반복 산재 기업은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되며, 대출·보험·신용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상장사는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즉시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안전일터 신고센터’를 개설해 산재 은폐나 안전조치 위반을 신고하면 파격적인 포상금(’26년 111억 원 신설)을 지급한다. 사실상 ‘은폐 유혹’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선언이다.
산업안전감독관 확충과 지자체 근로감독권 부여도 핵심이다. 기술직군 채용과 전문 교육을 강화하고, 민간 재해예방기관은 평가·퇴출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안전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온라인·모바일 기반 신고 시스템, CEO·직업계고 대상 안전교육, 외국인 맞춤 온라인 강좌 등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의 이유이며,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하며, “산재예방의 주체로서 노사정이 함께 노력하는 한편, 안전관리에 대해 공공기관이 선도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를 산재왕국이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여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실천적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이 안전한 일터를 체감할 수 있도록 「(가칭) 안전한 일터 특별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 민관이 함께 산재예방 5개년 계획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정직기자
이정직기자
<저작권자 © 재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