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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비시피협회 회장 정영환
지난 3월 21일부터 경북 경남 울산 등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 산불은 ‘사상 최악’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는 여의도 약 160배 면적, 축구장 약 6만 6000개인, 약 4만5156ha를 태우며 최대 규모의 인명, 재산 피해를 냈다.
지난 2022년 울진 삼척 산불도 역대급이었다고 말을 했는데, 3년 만에 더 큰 산불이 발생한 것이다. 발화 원인은 실화였지만, 작은 불씨가 이같은 대형 산불이 된 데에는 기후변화가 자리한다.
우리나라는 원래 봄철 대형 산불에 취약한데, 기후변화로 인해 그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기상청이 1981~2020년 40여년간 우리나라 봄철 건조 경향과 산불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기 중 수증기량을 가리키는 상대습도는 1980년대 71.3%에 달했다가 지속적으로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10년 조금 높아졌어도 67.4%에 머무른다. 1980년대 12.2도였던 전국 평균 기온은 2010년대엔 13.1도로 높아졌다. 1~3월 고온건조한 날씨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형 요소까지 크게 작용했다. 영남 지역은 골짜기가 많은 험한 산악 지형이어서, 골바람과 국지성 돌풍이 불며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다. 그동안 주로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하던 봄철 대형 산불이 이번에 영남 내륙에서 크게 번진 것에도 기후 조건과 함께 지형 조건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도 문제다. 최근 한반도 해역 수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도 상승했는데, 전세계 평균(0.6도)보다 2.5배 가파르다. 바닷물 온도가 뜨거워지니 공기가 빠르게 팽창하면서 기압계가 고기압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강풍이 불어오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이같은 대형산불은 국내에서만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도 유례없는 대형 산불의 원인인 기후변화는 2019년 인도네시아,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 포르투갈, 2023년 캐나다, 미국의 하와이, 2024년 칠레 등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같은 대형 산불에 대해 미국 항공우주국은 기후변화가 산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대해 최근 세계 각국은 산불의 심각성을 인식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는 산불만을 감시하는 전용 위성을 띄우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레이더를 투과시켜 낙엽 아래 잔불까지 감시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또 미국 국립기상청은 주민대피를 위해, 산불 확산 가능성이 있을 때, 소방 기관들은 기상청의 경보에 맞춰 인력과 장비 자원을 대폭 변경하여 대응하고, 주민들은 24시간 이내에 해당 지역에서 산불이 빠르게 확산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서둘러 대피한다.
국내의 경우 산림청이 산불 추이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이 2020년대(2020∼2023년) 들어 연평균 580건 발생하고 있다.
산불 피해 면적은 1980년대 연평균 1천112ha에서 2020년대 연평균 8천369ha로 대폭 넓어졌다.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봄·가을철 산불조심기간 외에도 산불 발생 비율이 28.3%로 높았고, 산불 발생 일수도 2000년 136일에서 2010년대 143일로 2020년 161일로 증가 추세다.
산불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2025년 산림청의 전체 예산 규모중 산불과 관련한 예산은 줄어들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산불로 재난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 말이다.
산불방지대책 예산은 2024년 624억 3,400만원에서 올해 578억 6,900만원으로, 산림헬기의 도입 및 운영 예산은 1,123억 4,400만원에서 938억 5,800만원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산불 진화 인력도 문제다. 산림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불 진화 인력은 공중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불전문예방진화대로 구분된다. 2023년 기준 산림청에 소속된 산불 진화 인력은 총 1만143명이다.
이중 임시직으로 운영되는 산불예방진화대는 9604명으로 전체의 94.6%다.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2024년 기준 390명에 불과하다. 산불의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업무량이 많지만, 평시에는 업무가 적기 때문에 상근 인력을 충원하는 게 어려운 구조다.
또한 산불예방진화대의 고령화도 개선이 시급하다. 산불예방진화대의 60세 이상은 6696명으로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산불 발생 시 초동 대응 역량에 체력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3월 22일 경남 산청에서는 창녕군청 소속 60대 예방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한 명이 산불 진화 과정에서 고립돼 숨지기도 했다.
한편 이런 과정을 통해 산불을 기후재난의 하나로 분류하고 통합적으로 관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불 저감을 위한 생태적 접근, 탄소 배출 저감 정책과 연계한 대응체계로 산불의 연쇄적인 발생을 끊을 수 있는 장기적인 산불 대응 관점이 필요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불의 경우 산림청과 지자체, 소방 등 사령탑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상황에서는 각 부처가 모여 효과적인 운영 방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의 산불 대응 방식이 아닌 대형화된 산불에 맞춰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함께 산불 등 재난관리를 지휘할 수 있는 재난관리전문가의 필요성도 제기되기 되어야 한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 기후가 습하고 추운 겨울에서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로 바뀌었다. 그 만큼 산림이 화재에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산불은 그 자체로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주지만 다른 재난을 유발하며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산불로 검게 탄 지면은 열을 쉽게 흡수하고 땅속까지 마르면서 산사태나 홍수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산불 시 발생한 미세먼지가 공기를 오염시키는 동시에 땅이 침식되면서 재가 지하수로 유출돼 하천도 오염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야 할 나무가 소실된 탓에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도 된다.
이렇듯 산불을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 위기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또 산불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재난 대응 정책이 무엇인지 조명해야 한다.
대형산불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라는 문제를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과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와함께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 산불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늘어난 재난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피해를 낳을 수 있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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