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동물의 반격이 시작됐다

기사승인 2010.08.17  14:52:25

공유
default_news_ad1

- 인간 ‘욕심’이 빚은…야생동물 습격·생태계 교란

   
 
   
재난은 크게 자연재난과 인적재난 두 가지로 구분한다. 자연재난은 말 그대로 태풍, 홍수, 지진, 폭설, 화산폭발, 산사태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을 가리킨다. 사람에 의해 발생한 화재, 테러, 각종 안전사고는 인적재난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자연재난과 인적재난 그 어디에도 집어넣기가 쉽지 않은 재난이 있다. 바로 동물에 의한 재난이다. 동물이 일으키는 재난은 어디에 포함시켜야 옳을까?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재난이 무서운 까닭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태풍, 홍수, 지진, 폭설 등과 같은 자연재난을 사람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재난관리를 통해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이와 달리 화재, 테러, 각종 안전사고 등 인적재난은 얼마든지 막을 수가 있다. 다만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재난이므로 철저한 대비태세와 안전문화 정착, 분위기 조성 등이 필요하다. 그러면 동물에 의한 재난은 어떨까. 동물에 의한 재난이 자연재난보다 더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엔 맹수의 습격을 받거나 독사, 독충 등에 물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적지 않았다. 현대에는 이 같은 사고가 흔치 않아 ‘뉴스에 날 일’이 됐지만 옛날 사람들은 자연재난의 하나로 자연스레 받아들였을 것이다.

무서운 ‘곤충 떼’의 습격

   
   
동물에 의한 재난중에는 엄청난 재산 및 인명피해를 부르는 것도 있다. 메뚜기 떼와 같은 곤충 떼의 습격이 그것이다. 그리스도교와 같은 일부 종교에서는 메뚜기 떼의 습격을 자연재난이 아니라 신의 심판으로 그리고 있다. 구약성경의 <출애굽기>에선 메뚜기 떼의 재앙을 하느님의 심판으로 표현했다. 모세가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할 때 이집트를 습격한 메뚜기 떼가 하느님이 이집트에 내린 열 가지 재앙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집트를 초토화시킨 메두기 떼의 습격에 대해 <출애굽기>는 “메뚜기가 온 땅에 덮여 날아사 땅이 어둡게 됐고 메뚜기가 (앞서 이집트를 강타한)우박에 피해를 입지 않은 밭의 채소와 나무 열매를 다 먹었으므로 애굽 전경에 나무나 밭의 채소나 푸른 것은 남지 아니했다”고 기록했다.

미국 몰몬교도들은 신에 은총을 입어 곤충 떼의 재난으로부터 구원 받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1848년 몰몬교도들이 집단생활을 하던 유타 주에 셀 수 없이 많은 귀뚜라미 떼가 습격해 식량을 모두 먹어치웠다. 몰몬교도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귀뚜라미 떼를 물리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 낙담해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갈매기 떼가 나타나 귀뚜라미 떼를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결국 귀뚜라미 떼는 몰몬교도 지역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에 몰몬교도들은 신이 귀뚜라미 떼를 물리치기 위해 갈매기 떼를 보냈다고 믿게 됐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갈매기 떼가 귀뚜라미 떼를 먹어치웠다는 기록은 믿겠지만 몰몬교도의 믿음처럼 갈매기 떼가 귀뚜라미 떼를 없앴다는 데에는 의문을 표시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 과학자는 “귀뚜라미들을 갈매기가 먹었다는 것은 거의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갈매기들이 귀뚜라미를 먹었기 때문에 귀뚜라미 떼가 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자연스레 사라지는 도중에 갈매기들이 날아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끼리 떼’ 마을습격사건

   
   
이처럼 과거 발생했던 곤충 떼의 습격은 종교에서 신에 의한 저주나 구원으로 믿을 만큼 자연재난 성격이 강하다. 과학자들은 앞으로도 메뚜기 떼의 습격과 같은 무서운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성에 그칠 수도 있는 믿음이다. 문제는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동물에 의한 재난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문제는 최근 발생하는 동물에 의한 재난 가운데 상당수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인적재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에선 인간들의 욕심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코끼리들이 마을로 난입해 주민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는 지난 12월16일 홍수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코끼리 떼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인 수마트라 섬 중부 리아우 주의 여러 마을을 습격해 논밭을 짓밟아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콤파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리아우 주 천연자원보존센터 관계자는 “많을 땐 40마리에 달하는 수마트라 코끼리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데, 홍수가 나자 침수지역을 싫어하는 코끼리들이 3개 마을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약 25마리 코끼리들이 수확을 앞둔 논 4만㎡를 헤집어 버렸다”면서 화를 냈다고 한다.

야생 수마트라 코끼리 떼의 마을 습격사건은 열대 정글에 대한 막개발로 코끼리들이 살던 터전을 잃었기 때문이다. 수마트라 섬은 1980년대 초만 해도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정글 속에서 다양한 생물종이 살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후 팜오일·펄프 생산을 위한 대규모 농장(플랜테이션)이 들어서고, 광산이나 인공 운하를 만들기 위해 열대우림이 심하게 훼손됐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이미 수마트라 열대우림의 85%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이산화탄소 배출국 3위에, 최근 20년 사이 삼림파괴국 1위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수마트라섬 열대우림 막개발은 이번뿐 아니라 야생 코끼리와 인간의 잦은 충돌을 부르고 있다. 다행히 이번엔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았지만, 지난해 1월엔 코끼리에 밟혀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1월27일 오전 수마트라 북부 아체주 삐디 지역에서 코끼리 한 쌍이 원주민들을 공격해 여성 2명을 숨지게 한 것이다. 아체주엔선 2008년 11월에도 코끼리 13마리가 마을을 습격해 1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오키나와의 ‘몽구스’ 재앙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동물에 의한 재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생태계 교란’이다. 생태계 교란은 당장 겪어야 할 재난이 아닐 수도 있지만 미래에 돈으로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쉽게 넘어가선 안 되는 문제다. 국내에서도 뱀까지 잡아먹는 황소개구리를 비롯해 토종 민물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는 베스, 블루길 등 외래어종 문제가 심각하다. 이 같은 위기는 국내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KBS>가 올 초 방송한 ‘오키나와의 기묘한 공존-독사 하브와 몽구스’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해준다. 2월17일 밤 ‘환경스페셜’ 422회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일본 오키나와에 사는 맹독을 가진 독사 ‘하브’와 하브를 퇴치하기 위해 도입한 몽구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10년 일본 정부는 당시 유행하던 생물농약으로서 뱀의 천적 ‘몽구스’를 인도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인도에서 들여온 몽구스는 몸길이 34㎝, 몸무게 1㎏ 정도의 작은 동물이지만 독사의 대명사격인 ‘코브라’와 싸워 이기는 것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몽구스를 들여오게 만든 하브는 과거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재난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브에 물리면 물리자마자 물린 곳을 잘라내야 목숨을 건질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맹독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 주민들은 몽구스가 하브로부터 구원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환경스페셜 제작진에 따르면, 그러나 오키나와에 들어온 몽구스는 하브가 아니라 도마뱀과 멸종 위기에 놓인 날지 못하는 뜸부기(얀바루 쿠이나) 같은 작은 새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구원자가 아니라 오키나와 고유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괴물’로 둔갑한 셈이다. 이에 일본 환경성과 오키나와 현은 몽구스 퇴치 전담반인 ‘몽구스 버스터즈’를 만들고 몽구스 북상을 막기 위한 길이 6.5㎞ 철제 울타리를 둘러쳤다. 오키나와 현은 하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1966년 하브연구소를 설립해 혈청과 각종 보호 장비를 개발하면서, 덫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스페셜 제작진은 “잘못 도입한 몽구스로 인한 오키나와의 자연생태계 교란, 이를 바로잡기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 등을 보면, 인간의 판단 착오로 저질러진 생태계 개입이 얼마나 큰 재앙인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저작권자 © 재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set_hot_S1N1
set_hot_S1N2
set_hot_S1N3
set_hot_S1N4
set_hot_S1N7
set_hot_S1N5
set_hot_S1N6
set_hot_S1N8
set_hot_S1N10
set_hot_S1N11
set_hot_S1N12
set_hot_S1N13
set_hot_S1N14
set_hot_S1N16
set_hot_S1N15
set_hot_S1N17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