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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지역의 극심한 가뭄이 단순한 물 부족을 넘어 소방차량 운행 차질로 번지고 있다.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 소방차들의 잇단 고장을 막기 위해 9월 8일부터 ‘소방차 긴급정비지원단’을 본격 가동했다. 강릉은 지난달 30일 ‘재난사태’가 선포될 만큼 물 부족 피해가 심각하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8월 말 14.9%에서 9월 6일 12.7%로 추락했다. 최악의 경우 10% 이하로 내려가면 생활용수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소방청은 전국에서 모은 물탱크차와 소방펌프차 70대, 강원도 소방차 31대 등 총 101대를 동원해 급수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하루 12시간 넘게 강행군을 이어간 차량들은 엔진 경고등 점등, 펌프 누수, 브레이크 이상 등 고장이 속출했다. 급수 공백이 현실화되자 소방청은 민관 합동으로 ‘긴급정비지원단’을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강북공설운동장에 설치된 거점 정비라인에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현대자동차, 타타대우 등 10개 주요 제조사가 합류했다. 점검과 부품 공급, 긴급 수리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정비 체계’가 가동된 것이다.
투입 사흘 만에 지원단은 차량 52대를 점검하고 62건의 정비를 완료했다. 펌프 누수, DPF(디젤미립자필터) 경고등, PTO 작동 불량, 브레이크 이상 등이 현장에서 즉시 처리됐다. 현대차와 타타대우는 긴급 핫라인을 구축해 부품을 실시간 공급했고, 요소수 50개와 워셔액 84개 등 소모품도 현장에서 투입됐다. 그 결과, 차량 운행률은 사실상 100%에 가깝게 유지됐다. 급수 중단 우려가 최소화되면서 현장의 대응 효율성은 크게 높아졌다. 소방청은 이번 사례를 통해 긴급정비지원단의 상시 운영 필요성이 입증됐다며,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상기 소방청 장비기술국장은 “이번 강릉 가뭄 피해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중대한 상황”이라며, “소방청은 급수 공백 최소화를 위해 현장 밀착형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민관 합동 협력체계를 통해 소방력 공백 없이 급수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소방장비관리법 개정을 통해 긴급정비지원단 운영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는 대형 산불, 집중호우, 단수 등 재난 상황 발생 시 즉시 긴급정비지원단을 투입해 현장 소방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지현기자
한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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